지난해 1년간 부산의 신선식품물가가 무려 11.8%나 올랐다. 통계청과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달 31일 각각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지난 2010년(13.9%)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로, 같은 기간 부산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의 5배 가깝다. 배(93.2%) 귤(68.5%) 무(37.2%) 배추(16.1%) 등 과일과 채소가 상승을 주도했다. 교통요금 아파트관리비 등을 포괄하는 생활물가 지수도 3.1% 올라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산이 전국 평균보다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신선식품물가는 2.0%포인트 높은 것도 특징이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통계청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2.5%, 신선식품 지수는 11.8% 올랐다. 연합뉴스

지난해 월 단위로 보면 부산의 소비자물가가 10, 11월 1%대를 유지하다 12월부터 다시 2%대에 진입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전국 추이도 비슷하다. 올해는 특히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는 강달러를 선호한다. 강달러는 원화 약세를 의미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오가는데 자칫 1500원대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원화 약세는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1~3개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된다. 주로 국내에서 생산 유통되는 농산물은 환율과 큰 상관이 없지만 소비자물가가 오르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엔 국제 유가마저 불안정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불안한 상황을 관리할 컨트롤타워 부재다. 대통령은 탄핵으로 자리를 비우고 대통령 대행을 맡았던 국무총리마저 직무가 정지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고책임자이지만, 내치와 외치를 겸하는 대통령 대대행으로서 본업에만 전념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니 모든 눈은 한국은행으로 쏠린다. 애초 한은은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올해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달 20일) 나흘 전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같은 결론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가라앉은 경기를 띄워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선 금리를 더 낮춰야 하지만 이것이 환율과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서민생활에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물가다. 대통령 탄핵에 여객기 참사까지 겹쳐 뒤숭숭한 연말연시에 살림살이까지 팍팍하면 고통은 두배 세배 가중된다. 신선식품물가는 소비자물가에 비해 인상 요인이나 처방이 다를 수 있다. 거시적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물가와 달리 신선식품은 폭염 폭우 같은 자연재해나 기상이변과 더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밥상 물가가 두 자리수로 치솟으면 전체 소비자물가가 아무리 낮아도 국민은 실감하지 못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내 경기 환율 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물가를 관리하되 개별 품목에 관한 미시적 접근도 간과해선 안 된다. 부산시는 부산이 다른 도시보다 지속적으로 물가가 높은 원인을 파악해 별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