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초안을 마련하기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는 2022년에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이번 회의는 이 결의에 따라 협약 초안 작성을 위해 2년간 진행해 온 협상위의 마지막 회의였다. 정부 대표들은 원료생산, 제품 생산 및 소비, 폐기물관리 단계 등 플라스틱 생애 전주기에 걸쳐 의무사항을 두는 협약 초안을 논의했으나 국가 간 입장 차가 극명해 협약 초안 마련은 다음 회의로 넘겨졌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당초 폐어구 등 해양 플라스틱 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논의에서 출발했다가 제5차 유엔환경총회를 거치면서 모든 플라스틱의 생애 전주기를 다루는 협약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지난 4차 협상위원회에서 폐어구 문제를 별도로 다루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회의 논의 의제에서도 제외됐다. 이에 우리나라는 협약안의 ‘배출 및 방출’ 관련 조항에 폐어구를 다루는 규정을 추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해양에 유실되는 폐어구의 비율이 높고, 다른 폐기물에 비해 회수와 재활용이 어려운 특성을 고려해 설계 개선, 표식 부착, 추적, 회수, 적절한 처리 및 재활용 등 어구 생애 전주기를 관리하는 하위 조항을 도입하자는 내용이었다.

폐어구 문제를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본문 조항에서 다루자는 우리나라 제안에 동의하는 국가가 많았다. 또한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처리 및 재활용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차기 회의부터 폐어구의 처리 및 재활용도 중점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폐어구의 처리 및 재활용 관련 법제의 검토와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4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자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해양폐기물수거사업으로 수거한 해양폐기물 중 폐어망·폐로프의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폐어망·폐로프의 주요재질은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며, 일정 물량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재활용에 적합한 품목이기도 하다. 반면에 분리배출이나 보관, 수집운반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재활용에 필요한 원료의 원활한 공급에 제약이 있다.

폐어구는 대부분 생활폐기물이지만 어업인이 스스로 처리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러한 폐기물은 보관시설을 설치해 분리 보관해야 한다. 폐기물관리법은 배출자인 어업인에게, 어장관리법이나 수산업법 등은 행정관청에게 보관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어업인이 폐어구 집하장을 설치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현실에 맞게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생활폐기물 처리의무가 있는 시·군·구가 보관·집하시설을 설치 및 관리하고, 설치 비용 등을 해양수산부와 환경부가 지원하는 체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생활폐기물로 분류되는 폐어구 처리의무는 시·군·구에 있으나, 제대로 처리하는 지자체는 일부에 불과하다. 폐어구의 처리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다행히 자원재활용법은 2023년부터 생산된 폐어망·폐로프를 재활용 대상제품에 포함했다. 이제는 각 처의 보관·집하시설에서 어떻게 운반해서 재활용업체에 공급할 것인가 하는 공급사슬망 구축이 재활용 활성화의 중요한 과제이다. 폐어구와 유사한 특징을 갖는 폐기물이 영농폐기물(폐비닐)이다. 정부는 영농폐기물 재활용을 위해 전국에 공동집하장 및 광역집하장을 설치·운영하고,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이 지자체를 대신해 수거·재활용 업무를 한다. 폐어구도 영농폐기물과 유사한 처리와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폐어구의 부착물과 염분 제거, 재질별 분리 등 전처리를 위한 광역집하장 운영이 필요하고, 해수부 산하기관이 재활용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관련 법령 정비도 요구된다.

2024년 1월부터 통발어구를 대상으로 어구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어구를 판매할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포함해 판매하고, 어업인이 사용한 어구를 지정된 장소로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자발적 회수제도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는 자망 어구와 양식장 부표까지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회수되는 폐어구량은 늘어날 것이다.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폐어구 공급사슬망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