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을 비롯한 전국에 인플루엔자(독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마지막 주(12월 22~28일) 전국 독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의 외래환자 중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 수는 1000명 당 73.9명이었다. 1주 전 31.3명에서 2.41배 급증한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16년 1000명 당 86.2명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13~18세 청소년층(151.3명) 증가세가 심각하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0일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하고 모니터링에 들어갔으나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부산 연제구 한 이비인후과에서 독감 환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줄을 지어 진료 대기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이번 독감은 지난 연말 12월 첫 주 1000명 당 7.3명으로 환자가 늘기 시작하다 2주차에는 13.6명, 3주차에는 31.3명으로 기하급수적 증가세를 보인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예측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감염률이 높아 병의원급 소아청소년과 내과 이비인후과는 일반 호흡기 환자와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중증 환자가 많아 응급실 혼잡도 역시 그에 못지 않다. 12월 마지막 주 응급실 내원자 증가분의 절반 가량이 독감 환자였다는 통계가 이미 나와 있다. 안 그래도 의정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병원마다 필수과목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독감 대유행까지 겹친 양상이다. 최근엔 코로나19가 다시 번질 조짐이어서 자칫하면 독감과 코로나의 ‘트윈데믹’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독감 대유행은 아무래도 그동안 개인위생 관리가 느슨해진 탓이 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여러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 모이지 않았고 개개인이 마스크 착용이나 손 소독 등에 철저했던 덕분에 코로나 외 다른 질병 유행 사례는 다행히 드물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 독감 환자는 2020년엔 1000명 당 3.3명, 2021년엔 4.8명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오히려 몇년간 유행을 건너뛰었기 때문에 개인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독감 환자가 조금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해도 주변인에게 금방 옮기고 가파른 중증 진행 현상을 보인다.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이 이달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가므로 추가 확산은 주춤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이달 말로 다가온 설 연휴가 또 다른 복병이다.

현재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는 A형으로 절기 백신 생산에 사용된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독감 백신은 통상 접종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독감 유행이 봄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고위험자는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는 게 좋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수선하다. 이럴 때일수록 방역당국은 중심을 잡고 국민 보건과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의정 갈등 상황도 하루 빨리 해소해 불안 요소를 없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