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3일 경찰 특별수사단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서울 한남동 관저에 갔지만 군인 인간띠와 차벽에 막혀 5시간30분 만에 되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3단계에 걸쳐 영장 집행을 저지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대통령경호처·군인과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였다. 관저 앞에선 나흘째 찬반 시위가 벌이지고 있다. 흔들리는 헌법과 국론 분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공수처 수사관과 경찰 병력 등이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가 체포·수색영장을 집행하자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수사권 없는 기관이 청구한 영장은 불법”이라며 맞섰다고 한다. 5일에는 영장 집행을 지시하고 대통령 경호처장의 인력 추가 파견 요청을 거부한 오동운 공수처장과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등 15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치상, 특수건조물 침입,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법률대리인단은 “공수처장은 수사지휘권이 없음에도 경찰 특수단을 지휘해 위헌·위법인 영장 집행에 착수했다”며 “이 과정에서 군사보호구역시설인 정문을 부수고 침입했고 경호처 직원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청과 국방부가 관저 지역에 경호·경비부대 배치를 늘려달라는 박종준 경호처장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문제 삼았다. 법원은 이날 윤 대통령 측이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불허해달라며 낸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을 생각했다면 자진출석이 그나마 좋은 그림이었다.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 불만이 있더라도 심판권자인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면 이에 따르는 것이 순리다. 항의할 게 있다면 사법 절차에 따라 문제 제기하는 게 바람직했다. 군사상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법 집행을 거부한 사례는 두고두고 헌정사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모든 것은 법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법치다. 대통령이라고 예외로 둔다면 어느 국민이 법을 따르겠는가.

영장 집행 과정에서 보여준 경호처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도 공수처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가 직무유기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한 것은 인정한다. 공수처는 “집행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관저에 집결해 안전 우려가 커 집행을 중지했다”고 해명했다. 거센 저항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착각이다.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려면 법·절차적 하자가 없도록 꼼꼼하게 챙겨야 했다. 누가 봐도 부끄러운 영상만 5시간 넘게 실시간 세계로 퍼졌다. 경호처장 차장 본부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것은 사후약방문이다. 이제 공수처 선택지는 6일까지 유효기간인 체포영장 재집행, 체포영장 연장, 구속영장 청구 등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기관 간 충돌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본인 말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