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 따른 인구절벽은 한국군에도 비상이다. 한국군 병력 수(2022년 말 기준)는 북한군(128만여 명)의 37% 수준인 48만여 명으로, 2040년대엔 30만 명 선 유지도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방백서 통계상 한국군보다 월등한 병력을 유지하는 북한군이 최근 이역만리에서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정권 수립 이후 처음으로 해외(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고 있어서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군은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눈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피해 도망치거나, 허허벌판 눈밭을 걷다 폭발로 인해 나뒹구는 영상을 공개했다. 쫓아오는 드론에 조준당하자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것을 쳐다보는 북한군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달 23일 기준 북한군 사상자가 3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1만1000여 명)의 약 30%다.
신종 무기에 어쩔 줄 몰라하는 북한군 모습에서 2000년대 중반 중국 단둥 지역에서 본 어린 북한 병사가 겹쳐졌다. 단둥은 압록강을 사이로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배를 이용해 북한 땅과 주민을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출장 막바지에 배를 타고 강 폭이 좁은 곳에 다다르자 총을 멘 북한 병사 2명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담배 좀 달라”며 말을 걸었다. 성인이라 하기엔 몹시 작고 야위었던 북한군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왜소한 몸집 그대로 유럽 전장의 총알받이가 되고 있다.
북한군 참전으로 더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음 달 24일이면 만 3년이 된다. 종전 소식 대신 북한군 2차 파병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러시아 기밀 문서를 인용, 러시아의 한국·일본 공격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간 전쟁 발발 시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과 미국 동맹국인 두 나라가 러시아 동북 국경지역을 공격할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라고 한다.
비록 10여 년 전 작성된 기밀문서라고는 하지만 북한과 군사동맹을 복원한 푸틴이 곧장 전쟁 한복판으로 북한군을 끌어들인 것을 보면 북러의 한반도 내 군사 도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파병을 통해 현대전에서 싸우는 법을 체득한 북한군의 총부리가 어느 순간 우리를 향할까 무섭다. 대한민국 안보가 이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데 우리는 찬탄(탄핵 찬성) 반탄(탄핵 반대)으로 찢어져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으니 갑갑할 노릇이다.
임은정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