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른 새벽에 차를 몰고 국도나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가 있다. 이 시간대에는 오가는 차량이 별로 없어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대신 걱정해야 할 것은 주로 새벽에 움직이는 동물과의 예기치 못한 충돌이다. 이 때문에 짐승 출현이 잦은 고속도로나 국도 구간에는 주의를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때는 바짝 긴장하게 마련이다. 만약 덩치가 큰 짐승과 부딪히게 되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운전자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어 아주 조심한다. 그래도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일어난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는 21만7032건이나 됐다. 연도별로는 2019년 2만1397건, 2020년 1만5107건, 2021년 3만7261건, 2022년 6만3989건, 2023년 7만9278건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도로별로는 지방도 1만9779건, 국도 9만2693건, 고속도로 6954건 등이었다.
사고가 난 동물도 다양하다. 지난해의 경우 고양이 3만8143마리, 고라니 1만8267마리, 너구리 4011마리, 개 2575마리, 노루 968마리, 오소리 510마리, 멧돼지 192마리로 파악됐다.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등은 주로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차량과 부딪혔지만 고양이는 시·군도로에서 많이 희생됐다. 이는 집을 나온 뒤 도심 도로에서 배회하는 길고양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범부처 합동으로 도로교통 안전 확보 및 동물 보호에 나섰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제3차 동물 찻길 사고 저감 대책(2025~2027)’을 만들었다. 사고 발생 상위 100구간을 선정한 뒤 맞춤형 예방 대책을 수립한 것이 눈에 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방 체계 가동, 발굽 동물이 싫어하는 ‘노면 진입 방지시설’ 및 밤에도 인식이 가능한 ‘발광다이오드(LED) 주의 표지판’ 설치 등이 담겼다.
동물은 대개 사랑스럽다.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짐승은 생태계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도로에서 차량과 동물이 갑자기 마주치면 바라지 않던 일이 생기게 된다. 전문가들은 차량을 모는 이들이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새벽 시간대에는 서행하는 한편 전방 주시를 통해 충분한 시야를 확보할 것을 조언한다. 먹이를 찾거나 짝짓기 하러 나섰다가 비명횡사하는 동물이 더는 없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마음일 터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