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 호텔 먹튀’ 사건은 담당 공무원과 시행사의 유착, 업무 태만이 빚은 결과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공익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직원들의 해임·정직 등 징계를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공직자와 업자 간 유착 비리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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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군청 전경. 국제신문DB |
합천군은 2020년 영상테마파크 160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 시행사 자부담 40억 원)으로 200실 규모의 호텔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2023년 4월 민간 시행자 대표가 대출금 수백억 원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사업이 좌초됐다. 이 과정에 담당 공무원의 비리가 있었다. 담당 직원 3명은 사업 최종 전자입찰 전날 유흥주점에서 시행사 대표로부터 식사와 음주 33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들은 이튿날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입찰 무효 사유인 담합 정황이 명확한데도 절차를 진행했다. 또 법적으로 정해진 투자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심의위원회도 정족수에 미달했다. 공무원이 짬짜미해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자체가 ‘예산 외의 의무 부담’을 하는 경우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데 이를 어겼다. 실시 협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관리나 감독이 없었다. 귀책사유가 없어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원리금 전체를 합천군이 떠안는 것은 누가 봐도 불리한 조건이다. 담당 부서 팀장과 과장은 법률 자문을 통해 손해배상 위험성을 알고 있으나 협약을 체결했다. 합천군이 대출 금융기관에도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낸 소송에서 패소한 결정적 근거가 됐다. 결국 대출 원리금 상당액인 약 288억 원과 지연 이자 등 총 310억여 원은 물어줘야 한다. 국가 기관인 관공서와 공무원들이 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
지자체장들이 치적을 쌓으려고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이면서 재정 부담을 줄이려 활용하는 것이 민자사업이다. 하지만 수익성이나 계약내용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일을 벌이면 이처럼 사달이 난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 혈세가 투입되는 민자사업이 곳곳에 널렸다. 2019년 개장 후 운영 위기에 처한 경남 창원시 마산로봇랜드 사태도 한 예다. 여기에도 해지 귀책 사유와 관계없이 민간사업자에게 1000억 원을 보장하는 조항이 있었다. 이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아 ‘합천 호텔 먹튀’ 사건이 발생했다. 민선 지자체장이 업적 쌓기에 급급해 사업을 무리하게 벌이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지방의회의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며 시민 의견 청취 과정도 필요하다. 이번 감사와 별도로 경남경찰청이 향응을 받은 공무원 등 4명을 수뢰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따지고 있다. 공무원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다면 합당한 처분과 함께 구상권을 청구해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