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에 관저에서 체포됐다.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 초유의 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5일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군경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오전 11시부터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대통령은 녹화를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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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수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정록 기자 |
체포 과정에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경호처 직원 대다수가 영장 재집행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대통령도 불미스러운 일을 우려해 체포에 응했다. 경찰과 공수처는 1차 때의 8배인 1000명이 넘는 형사와 수사관을 동원해 이날 새벽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들어갔다. 경찰은 관저 앞에서 영장을 제시한 지 약 3시간 만에 3차 저지선을 넘어 내부로 진입했다. 이 과정은 현장중계를 통해 세계가 지켜봤다. 추락한 대한민국 위상을 누가 어떻게 회복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비상계엄을 왜 선포했는지가 우선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와 비상계엄을 해제하려고 국회에 들어간 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국회·정당의 정치활동 금지’ 등을 담은 포고령 발표 경위, 계엄군의 선관위 전산 서버 탈취 및 직원 구금 계획 등도 조사해야 한다. 국회 대신 비상입법기구를 신설하려 했는지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 추가 계엄을 검토했는지도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극소수 최측근 인사와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과 국무회의 심의 절차 준수 여부도 따져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에 앞서 미리 녹화한 영상에서 “법이 모두 무너졌다.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해 개탄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9000자 분량의 ‘국민께 드리는 글’과 육필 원고 사진도 올렸다. 야당의 반국가적 행위와 선관위 부정선거로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비상수단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계엄은 범죄가 아니라, 국가 위기를 극복하려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어 안타깝고 참담하다. 진술 거부는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 떳떳하면 당당하게 수사에 임해야 한다. 대통령의 체포에도 국민은 찬반으로 나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당은 체포에 “대통령 망신주기”라며 “공수처에 정치·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헌정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말 조심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 질서를 회복하고 경제 회복에 매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