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최상의 안전지대에서 호사(?)를 누려온 대학가에 크고 작은 ‘태풍’이 몰려든다. 여기서 큰 태풍은 저출산으로 인한 대학 입학생 감소로 약체 대학들이 퇴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작은 태풍은 세계적인 대학 평가에서 점차 순위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대학 정원 대비 입학 자원의 부족이 큰 문제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입학 가능 인원은 2020년 46만4826명에서 2023년 40만694명, 2040년 28만3017명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부족한 대학 입학 인원은 2021년 4만6043명에서 2023년 7만1802명, 2024년 18만9479명으로 급증했다. 지방사립대학을 시작으로 특색 없는 수도권사립대학, 지방국립대학 순으로 퇴출이 전망된다.
작은 태풍에 해당하는 각 대학의 국내외 순위 하락을 막을 개혁도 필요하다.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 THE TIMES, ARWU, US NEWS 등에서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를 종합하면, 지난해 서울대가 79위, 연세대 153위, 성균관대 169위, 카이스트 170위, 고려대 202위, 경북대 554위, 부산대 561위, 울산대 642위 등이다. 또한 ‘중앙일보 대학 평가(국내)’에 의하면 1위가 서울대, 2위 연세대, 3위 성균관대, 4위 고려대 등으로 10위까지 모두 수도권 대학이다. 경북대가 지방대학 중 유일하게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대학들이 경제 수준에 못 미치는 대학 순위를 보이고 있으며, 그나마 앞선 순위는 모두 수도권 대학들이 차지하고 있다.
‘태풍’에 맞서기 위해서는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먼저 국가적으로 점증하는 폐교를 신혼부부를 위한 아파트 건립과 전일제 병원 겸용 어린이 양육기관으로 설정해야 한다. 결혼 장려, 출산율 제고, 양육시설 확대, 양육 부모들에 대한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경감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대학이 문을 닫는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유경쟁의 원리를 도입해 대학 스스로 생존전략을 수립·실행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대학 스스로 경쟁력 키우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지방사립대는 수도권대학과 달리 ‘차별화와 특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부산의 경우 항구 관련 해양 수산 항만 물류 무역 선박 관련 학과나 단과대학에 특화해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다. 수도권 대학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서울대는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집중 연구하도록 해 이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겠다. 과거 연세대 상대, 고려대 법대라는 식이다. 인천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인천국제공항이 있으므로 공항 관련 대학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회계학은 펜실베니아 대학과 조지타운 대학, 화학 분야는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 생물학은 스탠포드 대학과 예일대학 등이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 대학들도 이렇게 해야 세계 유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대학들에 자율권을 줘 스스로 생존 전략과 발전 전략을 마련해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