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t급 대형선망 ‘금성135호’가 지난해 11월 8일 제주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승선원 27명중 5명이 숨졌고 9명은 아직 실종 상태라고 한다. 사고원인을 두고 안전조업이나 어선 노후화와 복원력 문제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난 두 달 동안 언론에 나왔으나, 아직 궁극적인 사고 원인을 못 보고 있다. 금성호 침몰 사고 8개월 전인 지난해 3월 14일에도 통영 욕지도 남쪽 바다에서 139t급 대형쌍끌이저인망 ‘제102해진호’가 뒤집어져 선원 11명 중 4명이 숨졌는데, 이 때도 해양수산부나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원인을 날씨나 안전문제로 돌리면서 장관과 어민들이 부산에 모여 안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해마다 어선 사고가 일어나면 안전조업을 하지 않는 어민 탓으로 돌리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데,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예방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이 칼럼 지면을 통해 밝혔듯이 해진호나 금성호 사고 원인은 안전조업이 아니라 어민들이 현실에서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일제강점기에 비롯된 어업규제(국제신문 지난해 4월 8일 자 칼럼) 때문이다.

해진호와 금성호는 용적량이 129ｔ, 139t이다. 끝 숫자 9가 사고원인을 그대로 말해준다. 어선 규모 상한이 130ｔ, 140t이기 때문에 어민들은 어선을 어업규제가 허용하는 한도에서 되도록 크게 건조해 조업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형선망어선은 용적량이 130t을 넘을 수 없지만 그물 한 번 끌면 이번처럼 200t 이상 잡히기도 한다. 따라서 용적량을 수백 ｔ, 수천t으로 늘려야 안전조업이 가능하다.

그럼 이 어선 규모 상한을 정부는 왜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가? 일제 강점기부터 내려온 잘못된 남획신화와 해방 이후 국내 수산 연구자들이 학연과 지연 패거리로 엮여 내부 토론과 비판을 원천 차단하면서 초등학교 수준 상식도 안되는 수산자원평가라는 것을 해왔고 해양수산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수산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금성호가 주로 잡던 고등어를 수산 연구기관들이 어떻게 평가해왔는지 간략히 살펴보자. 동중국해에서 산란해 황해와 동해, 그리고 일본 태평양 앞바다로 수천㎞ 회유하는 고등어를 정착성 어종으로 가정해 수산자원평가라는 것을 해왔다. 이 같은 고등어 개체군을 두고 한·중·일은 1970년 이후 많을 때는 연간 200만t, 적을 때는 60만t정도 잡아왔는데,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은 이 중 12%인 14만t만 잡았다. 한·중·일 중 고등어를 가장 적게 잡으면서도 남획한다고 한국 정부가 제일 닦달한 이유가 뭘까?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고등어를 정착성 어종으로 가정해 2005년 순간어획사망계수를 연간 0.48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를 백분율로 나타낸 어획사망률은 38%이다. 고등어를 통째로 모두 다 잡아 한·중·일 전체 어획사망률이 100%가 되어도 한국 어획사망률은 어획비율 12%를 넘을 수 없는데, 이보다 무려 3배 더 많은 38%라고 발표를 한 셈이다.

이를 토대로 나머지 수산전문가들도 고등어가 남획되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자국 고등어 어획사망률을 연간 18% 정도로 더 낮게 평가했다. 한국은 일본과 비교하면 고등어를 1/3 이하로 적게 잡았는데도 국립수산과학원은 오히려 2배 이상 많이 잡고 있다고 평가한 셈이다.

초등학교 산수도 부정하는 수산자원평가 결과를 가지고 우리 어민들이 씨를 말리고 있으니 고등어를 되도록 덜 잡게 해야 한다고 몇몇 수산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지금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니, 해양수산부도 어선규모 상한 규제를 없애지 못하고 있다.

금성호나 해진호와 같은 어선 사고를 예방하려면 이런 잘못된 수산자원평가 결과에 바탕한 현행 어업규제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모두 없애야 한다. 또 이런 부실한 연구결과를 내부 비판과 소통으로 개선할 역량을 잃고, 기후변화를 10년 넘게 부정해오는 등 부처이기주의에 벗어날 수 없는 국립수산과학원은 정부기관으로서 어민들에게 미치는 폐해가 너무 막대하기에 이젠 민영화를 검토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