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2023년 4월 15일 경제대국으로서는 최초로 역사적인 탈핵을 선언했다. 그리고 1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흘렀다. 아쉽게도 탈핵 선언 후 독일의 상황에 관해 조명하는 언론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친 원전 정책을 펼친 현 정부에는 달갑지 않은 주제였겠지만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이 시점에서 ‘독일 탈핵 그 이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짐으로써 우리도 탈핵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본격적으로 탈핵 정책을 추진해 12년 만에 완전 탈핵에 성공했다. 물론 독일 내부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기에 예비전력을 위해서나,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원자력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독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사민당과 녹색당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80% 이상 공급하고 2035년까지 100%를 달성함으로써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실제 이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탈핵과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더욱 증가해 2022년 47.4%에서 2023년에는 58.3%로 이미 절반을 훨씬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2024년에는 62.7%에 이르렀다. 이중 풍력에너지가 전체의 33%, 태양광이 18%를 차지했다. 탈핵으로 감소한 전력을 재생에너지의 증가로 충분히 보충하고도 남는 셈이다. 또한 화력발전소의 발전량 역시 급감해 무연탄발전소의 전력공급 감소치는 무려 27.6%에 달했으며 감소한 만큼을 보충하기 위해 전력수입량을 늘렸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총 배출량은 탈핵이 이뤄진 2023년과 비교해 10%가량 감소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탈핵으로 인해 전력요금이 크게 인상될 것이라 엄포를 놓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 독일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가격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요금인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상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리고 독일은 현재 지금까지 누적된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평균 30%를 넘어설 때 한국은 겨우 9%에 머물렀다. 반면 원자력발전의 비율은 31.1%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발전량도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신규 원전이 가동될 뿐만 아니라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이 그 이유이다.
독일이 10년 이내에 재생에너지 발전비율 100%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지리적 조건이 재생에너지에 적합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환경적 조건으로 보면 한국이 독일보다 월등히 좋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은 국토 전역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태양광단지 조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지면에 도달하는 햇빛 양에 있어서 한국은 독일보다 무려 30~40%가량 많기 때문에 독일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풍력발전에 있어서도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독일에 비해 훨씬 조건이 유리하다. 전반적으로 좋은 환경을 가진 한국이 세계 꼴찌 수준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다.
자연의 안정성에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순환의 멈춤이다. 인체에서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으면 만병의 원인이 되며 갑자기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원전 자체의 위험성도 크지만 핵폐기물을 올바로 처리할 기술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원전의 유지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탈핵을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워야 하고 유권자인 국민, 특히 원전밀집도가 높은 부산의 시민은 탈핵을 공약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독일보다 재생에너지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독일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