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트럼프 2기가 출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미국의 힘과 번영을 다시 가져오겠다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임기 초반에 대규모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국정 운영 주도권을 장악할 방침이다. 국정 리더십이 공백 상태인 우리에겐 큰 도전이다. 경제·안보 방파제를 굳건히 쌓아야 할 때다.

취임에 앞서 지난 19일 열린 마가 축하 집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국에 최고 60%, 나머지 국가에도 10~20% 부과하겠다고 한 보편관세가 가장 위협적이다. 캐나다 멕시코 등은 이미 보복관세 방침을 세운 상태다. 글로벌 통상 전쟁의 서막이 열리면서 국제 무역 질서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특히 미국 중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가진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보편관세가 실현되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최대 44조 원, 총수출은 65조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정책인 화석 에너지원 개발 확대 방안도 전기차와 배터리 보조금 정책에 발 맞춰 현지 생산을 늘린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걱정거리다. 위기가 있으면 기회도 함께 온다. 한국의 강점을 살려 미국과 협력할 분야를 확대하도록 통상 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 증강에 적극적이나 미국의 함정 건조 능력이 떨어진다. 세계 최강 수준의 한국 조선업과 군함 유지·보수·정비(MRO)사업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양국이 이달 초 ‘원자력 수출·협력 약정’을 맺은 것은 고무적이다. 두 나라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러시아와 맞설 수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제조업 분야에서도 한국은 미국의 파트너로 안성맞춤이다.

국익을 위해 동맹이나 전통적 우방에도 힘을 앞세우는 트럼피즘에 맞서 외교·안보 대응책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한국을 ‘현금인출기’로 여겼으므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을 통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합의안을 도출할 우려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된 ‘북미 직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이 경우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안보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다각적 외교채널을 가동해 미국이 완전한 북핵 폐기 원칙을 견지하도록 설득해야 마땅하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 파고를 극복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당장 수출 부진이 내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장기적으론 수출 지역과 품목을 다변화할 해법을 찾아야 하겠다. 정치권도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 특별법, 전력법 등 민생·경제 관련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 기업 경쟁력 확보를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