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했다. 탄핵심판 대상인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나온 것은 헌정사에서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수사보다는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1차 2차 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윤 대통령은 자신이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왔다는 점을 밝히며 비상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를 전부 부인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계엄 선포 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지시한 적 있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지난달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하며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을 적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직접 검토한 증거가 차고 넘치는 데도 이를 부인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선포한 포고령은 계엄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지 집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내란죄 혐의를 받는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과 ‘비상입법기구 신설’ 등은 김 전 장관이 주도했다고 했다. 당당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하겠다던 대통령이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태도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모습은 기대 이하다.

윤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로 우리 경제가 치른 대가가 크다.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 내수 부진 여파로 경제적 손해가 6조3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행해 국가적 혼란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