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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늙기도 서러운데 짐조차 지실까

송영신 법무법인(유한) 로하나 변호사

  • 송영신 법무법인(유한) 로하나 변호사
  •  |   입력 : 2025-02-05 18:34:1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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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늙기도 서러운데 짐조차 지실까

송강 정철이 1580년에 지은 연시조 ‘훈민가’ 16수의 가사다. 훈민가는 필자가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조인데, 그때 깊이 각인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며칠 전 ‘노인학대 예방으로 웰다잉(Well-dying) 완성하자’라는 주제로 강연 준비를 하는데, 이 시조가 문득 떠올랐다.

노인법 전문 변호사로 10년 넘게 일했다. 10년이 넘어도, 노인 사건을 할 때마다 필자의 마음은 애잔하다. 특히 노인학대 사건을 담당할 때는 더욱 그렇다. 노인학대와 아동학대의 공통점을 굳이 말하자면, ‘나보다 약한 존재’를 상대로 한 패륜행위라는 점이다. 또한 학대행위자 유형을 보면 ‘가족’이 가해자의 주류를 이루는 패륜행위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우리나라 노인학대 현황(2022)을 살펴보면, 학대피해노인 중 치매로 의심되거나 진단받은 사례가 전체 학대사례의 26%를 차지한다. 그 중 여성 비율이 74.9%로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고, 연령대로 보면 70~80대가 77.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학대행위자 유형으로는, 시설 및 기관이 47.8%이고 친족이 44.7%이며, 친족 중 아들이 20.9%, 배우자 12.3%, 딸 7.3% 순이다. 학대유형은, 신체적 학대가 34.9%로 가장 높고, 정서적 학대 27.0%, 방임 21% 순이다. 특히 학대발생빈도를 보면 ‘매일’이 23.1%, ‘1주일에 1번 이상’이 22.6%를 차지했다.

그런데, 정작 노인 스스로 본인이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노인학대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어떠한 제재가 가해지는지를 세세히 알려 이를 경계함으로써, 노인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고 방지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법은 노인학대를 ‘65세 이상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노인 스스로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비롯한 각종 의료 처치 및 돌봄을 거부함으로써 생명의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노인학대에 해당한다.

노인복지법 제39조의9는 구체적인 금지행위의 유형을 규정한다. 첫째, 노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신체적 학대), 둘째 노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행·성희롱 등의 행위(성적 학대), 셋째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노인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유기 및 방임), 넷째 노인에게 구걸을 하게 하거나 노인을 이용하여 구걸하는 행위(가혹행위), 다섯째 노인을 위하여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그 목적외의 용도에 사용하는 행위(경제적 학대), 여섯째 폭언·협박·위협 등으로 노인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정서적 학대)를 금지시키고 있다.

특히, 위 6가지 노인학대 범죄는 일반 형법보다 가중처벌하고 있다. 폭행죄의 경우, 형법은 법정형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 노인을 폭행하면 노인복지법이 우선 적용돼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처벌 정도가 매우 세다. 뿐만 아니라 일반 폭행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노인 폭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취지에 따라 최근 노인학대(신체적 학대) 형사사건에서 법원은 “노인 학대 범죄는 패륜적 범죄로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하면서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씁쓸한 상황은, 부모를 시설에 입소시킨 후 연락두절 되었다가 불가항력적인 돌봄사고가 발생하면 갑자기 고액의 합의금을 시설에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작정 노인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너무나 분명하고 명백한 사실 두 가지! 인간은 누구나 단 1명의 예외 없이 부모로부터 생명을 받았다는 사실과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노인학대라는 치명적인 패륜행위를 근절해야 하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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