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가장 심각하다고 여기는 사회갈등 유형은 진보와 보수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 결과로, 갈등과 불공정을 둘러싼 사회적 불만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는 전국 성인 남녀 3950명을 면접조사(2023년 6월~8월)한 ‘2023년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응답자의 92.3%가 진보와 보수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념 갈등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드러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82.2%) 노사(79.1%) 빈부(78.0%) 지역(72.5%)갈등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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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5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
전 세계가 진영 불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화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적 갈등이 공론장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삶에 파고들어서다. 정치 성향이 다르다면 연애와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는 국민이 58.2%였다. 친구·지인이라도 정치 성향이 안 맞으면 술자리를 할 뜻이 없다는 응답은 33.02%였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답은 71.41%에 이르렀다. 지지하는 정치인이 다른 상대를 만나면 대화가 부담스럽고, 연애나 술자리 등 교우 관계가 불편하다는 세태를 반영한다.
이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정치·이념적 분열에 더해 암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10년 후 우리 사회에 심각해질 사회갈등 유형으로 진보와 보수 갈등이 87.66%로 1위에 올랐다. 정치적 갈등은 우리 주변에서 목격되는 실제 모습이다.12·3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 기일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통렬한 반성없이 계엄 옹호와 철저한 자기 변명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3일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대통령을 면담했다. 정치권이 갈등을 방조하거나 부추긴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사회갈등은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 신뢰를 훼손한다. 사회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대결과 충돌만 반복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법과 원칙에 입각해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데도 편가르기를 하며 사태를 복잡하게 하는 일도 흔하다. 입장차가 크다고 막말을 쏟아내는 여야 모습에서 국민은 보수와 진보 간 벽을 더 심하게 느낀다. 국민은 사회갈등 해결 주체로 정부(56.01%)와 국회 및 정당(22.04%)을 꼽고 있다. 갈등의 진원이라 할 수 있는 정치권의 반성과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 정치권은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범을 보여야 공존과 통합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사회적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