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구속기소로 여러 국정 과제가 표류하고 있다. 부산 현안인 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 논의도 멈췄다. ‘한국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한 산은법 조항을 바꾸기 위한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 5일 양재생 회장을 청원인으로 하는 산은법 개정 촉구를 위한 국회 청원 출정식을 연 이유다.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올해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완수하는 해’로 선언하고 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회 청원은 청원서 등록과 100명의 동의인 찬성, 청원요건 충족 검토로 공개된다. 이후 30일 이내 5만 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으면 관련 상임위원회 회부와 심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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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부산상공회의소 상의홀에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촉구 국회 국민동의청원 출정식이 열렸다. 전민철 기자 |
부산 상공계가 국회 청원에 나선 것은 탄핵 정국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산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정식 고시하며 행정절차를 마무리했으나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4건이나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국회 청원은 22대 국회가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부산 시민의 절박함이 반영됐다. 산업은행 노조는 탄핵 정국과 오는 6월 퇴임하는 강석훈 산은 회장의 잔여 임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부산 이전 백지화’를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했다. 수도권 일극체제는 국가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 일자리와 자본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부산 청년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이는 경쟁 심화와 출산율 저하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부산 이전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산은 노조의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35개 금융 기관이 입주해 있다. 오히려 산은 이전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산은법 개정’ 불씨를 살리려는 부산시민 의지에 부산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한다. 부산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기 보단 윤 대통령 방탄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일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최소 34조 원 이상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산은에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구체적인 기금 신설 방안을 담은 산은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 방침대로면 산은법 개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부산 정치권은 이를 계기로 산은 부산이전안도 함께 처리하도록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야 마땅하다. 부산 시민도 동부산 서부산 원도심 등 3개 권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청원 운동에 적극 동참해 산은 부산 이전에 관한 부산의 열망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