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모수개혁 먼저’라는 국민연금 개혁 기본틀에 의견 접근을 보고도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논의 주체를 놓고서다. 국민의힘은 연금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소관 상임위(보건복지위)를 주장한다. 22대 국회에서 사실상 중단됐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지난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모수개혁을 먼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 궤도에 오르는듯 했는데 또 이 모양이다. 여야가 국민연금 등 민생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 열기로 했던 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 회담마저 불투명하다. 정부도 전문가도 시민단체도 “개혁 적기를 놓치면 안된다”고 난리인데 정치권만 느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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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국민연금 모수개혁 안에 의견 접근을 보여 27년 만의 연금 개혁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사진은 국민연금공단 지역본부 상담센터 모습. 연합뉴스 |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3~44%’에 멈춰있다. 여야가 21대 국회에서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에 구조개혁을 들고 나온 여당 몽니에 무산됐다. 현 9%인 보험료율로는 기금 수요를 감당 못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소득대체율이다. 연금액수가 턱없이 낮아도 문제고, 그렇다고 기금 고갈을 걱정하면서 대체율을 너무 올리는 것도 모순이다. 현 42%인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당은 최대한 유지, 야당은 인상을 주장하다 ‘43% 대 44%’까지는 왔다. 만약 여야가 합의한다면 1998년 이후 27년 간 미뤄진 국민연금 개혁이 일부 완성되는 것이다.
지금도 국민연금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그간 꾸준히 늘던 사업장 가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전체 가입자 감소폭이 더 커졌다. 연금 개혁이 지연되는 동안 하루 885억 원씩 부채가 쌓인다. 국민연금이 현재 추세대로 가면 2년 뒤인 2027년이면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 지출액이 많아지고, 16년 뒤인 2041년엔 적자로 전환되고, 31년 뒤인 2056년엔 완전히 고갈된다. 이 수치조차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 저출생 고령화가 심해지면 고갈 시점은 이보다 대폭 빨라질 수도 있다. 미래 세대는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내고도 받는 돈은 훨씬 적어진다는 의미다. 결국 현 세대가 조금씩 부담분을 키워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다.
여야가 입씨름 중인 연금 개혁 주체는 결코 본질적인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연금특위는 21대 국회에서 3기까지 연장하면서 운영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효용성을 인정받지 못한 특위 구성을 고집하는 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병행을 주장하며 연금 개혁 논의를 멈춰버린 이전 행태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껏 원내 1당으로 힘 자랑만 해온 야당 역시 “합의가 안되면 복지위에서 2월 중 단독 처리하겠다”(야당 출신 복지위원장)는 태세로 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어렵사리 교집합을 찾은 만큼 여야 합의 처리의 불씨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중요한 건 골든타임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민연금 개혁은 사실상 힘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