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난 3년 국정 성과를 자평한 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현재 국정 혼란의 원인이 의회 독재와 입법 폭력을 저지른 민주당과 이 대표에 있다며 “국정 혼란 주범, 국가 위기 유발자, 헌정 질서 파괴자”라는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의료 개혁, 국민연금 개혁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이 많지만 민주당 때문에 진척이 없다고도 했다. 권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해야 한다”며 “정치 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은 개헌”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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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이날 권 대표 발언이 국민에게 얼마나 공감을 일으켰을지는 의문이다. 추경부터 그렇다.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로 인한 민생 고충을 생각하면 추경은 한시가 급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최근엔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추경은 타이밍이다. 여야가 오늘 합의한다 해도 예산 편성과 집행까지 최소 2개월이 걸린다. 이마저도 정국이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 불투명해진다. 그런데도 여당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적댄다. 국민연금 개편 작업에서 모수개혁 수치에 거의 합의하고도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며 도장을 찍지 않는 행태와 결이 같다.
1년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은 이달 내 2026학년도 정원이 결정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 흘러갈 지 가늠하기 힘들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기미가 없다. 지난 연말 신규 수련 전공의 모집에 응한 인원은 314명, 올 초 복귀에 응한 사직 전공의는 199명에 그친다. 의대에선 2025학번도 휴학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초기 혼란을 일정 부분 극복했지만 갈등이 더 길어지면 병원 공백은 불가피해진다. 정부가 ‘2026학년도 정원 원점 재검토’를 천명한 이상 여당이 구체안을 마련하고 의료계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권 대표는 “집권 여당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여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이 말에 정답이 있다. 탄핵 남발, 입법 독주 등 민주당에 비판거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현재 국정 혼란과 위기를 낳은 건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다. 미국은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개별국에 이어 철강 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는 통상전쟁을 시작했는데 우리는 완전히 무방비다. 백척간두의 위기 앞에서 야당이나 이 대표를 견제하느라 본질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도 통과가 안 되는데 간극이 훨씬 큰 개헌은 언감생심이다. 연금 의료 노동 교육 등 4대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브랜드이고 이를 마무리하는 게 국민의힘 역할이다. 야당으로부터 ‘여당 포기 선언’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남탓 하지 말고 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