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이 같은 학교 교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여야는 일제히 애도를 표하며 “정신질환 등을 지닌 교사의 즉각 분리를 위한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12일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직권휴직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한 일명 ‘하늘이법’을 추진하고 복직 검증 강화, 특이증상 발현시 긴급 개입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누군가 무고하게 희생이 되고서야 나오는 뒷북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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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12일 학교 관계자가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
교원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진단이나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교사의 정신질환 위험이 일반 공무원의 2.2배’(서울대 의대 공동연구팀), ‘우울증 등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교직원이 3년 새 2배로 급증’(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사 10명 중 6~7명이 우울 증상 호소’(전교조 등 조사) 등이 모두 그런 내용이다. 뜻하지 않은 학부모 민원에 수시로 시달려야 하고, 학생수는 줄었지만 한명 한명에 쏟아야 할 에너지는 오히려 늘어나는 등 교사를 둘러싼 교육 환경이 험해진 건 사실이다. 교사의 정신질환은 그 결과일 수도, 다른 사유에 기인한 본인 질병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신질환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번 사건이 드러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살인이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공간이라면 어느 학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보낼 수 있겠나.
정신질환 교사의 현장 분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할 수 없는 교사가 있으면 교육청 주관으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나 질병관리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 의료와 법률 전문가 소견 등을 종합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면 최대 직권면직 조치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장치의 실효성이다. 사건이 발생한 대전만 보더라도 이상행동의 수위가 살인에까지 이를 정도로 심각한 교사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 건으로 질환교원심의위가 소집된 적은 없다고 한다. 교사가 재직 중인 학교의 관리자, 일선 교육청 담당자 등 관련자 전부 혹은 일부가 판단과 결정, 책임을 미루는 사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다고 봐야 한다. 부산이라고 비슷한 문제가 잠복해 있지 않다고 장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산교육청은 긴급회의를 열고 방과후 학생 안전대책, 유병 교사 현황 파악 등 대책을 내놓긴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사후대책이지 온전한 예방책이 되기에는 미흡하다. 교사가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학교 현장에서 제일 잘 안다. 온정주의에 빠지거나 방심하지 않도록 교장과 교감이 시스템 전체를 철저히 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육청이 그런 학교 관리자 요청에 신속히 반응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촉구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핵심을 짚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