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의 주축인 독일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폭스바겐이 독일 내 3곳의 공장을 셧다운할 위기에 몰리고 2030년까지 대규모 인력감축을 발표했다. 자동차 화학 기계 등 주요 산업의 생산과 기업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독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에 머물며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독일 내부에서는 혁신 정보기술 투자 부족, 자동차 제조업 및 중국 수출의 과도한 의존 등과 함께 탈원전으로 인한 에너지 정책 실패가 주원인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했던 이 정책은 의도와는 다르게 독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에너지 안보 및 산업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했으나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졌다. 특히 이번 겨울동안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어두운 고요’라는 뜻의 기상 조건 악화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하는 현상)로 인해 풍력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하늘이 흐려 태양광 패널도 제 역할을 못하는 등 이른바 ‘녹색정전’이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의 의존도는 높아졌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력 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에 제조업 중심인 독일 우량기업들은 높은 전기료로 인해 생산 비용 증가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겪고 있다. 올해 1월 독일의 자동차 산업용 평균 전력 요금은 1MWh당 190유로에 달해 미국의 3배, 중국의 2배가 넘는다.
독일의 원전 가동 완전 중단은 EU 전체의 에너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탈원전 이후 독일 정부는 전체 전력수요의 70%를 원전으로 생산하는 ‘원전 강국’ 프랑스로부터 전력 수입 비중을 늘려왔다. 또한 탄소 배출 저감을 목표로 했던 정책이 오히려 석탄 사용 증가로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이 중단되면서 전체 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사태를 맞았다.
현재 세계는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강하게 추진한 유럽에서도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터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원전 운영국인 미국(94기)의 경우 올해 가동 40년이 넘는 원전이 지난해보다 7기 느는 등 원전 장기운용을 확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도 최근 3년 만에 개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에서 ‘원전 최대 활용’을 명기했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 경쟁력과 안보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도 여러 국제적 상황과 성공·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원자력 발전을 보다 합리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에너지 선진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