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부터 세계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맞춤형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미국이 상대국 수입품에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수출보조금 환율정책 부가가치세 등도 관세 정책 고려 사항으로 내세우면서 우리 경제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애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은 한미 교역 품목의 98%가 무관세여서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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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무기 삼아 그동안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든다고 여겨온 한국의 각종 정책과 규제를 없애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 넥플릭스 유튜브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인터넷망 사용료 부과, 생명공학 기술로 재배한 농산물 규제, 블루베리와 체리 등 각종 과일 수입 문제가 지적됐다. 한국은 8번째 대미 무역흑자국이다. 미국의 광범위한 비관세 장벽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중국 같은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같은 동맹이든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12일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 25% 관세 적용에 이어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관한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이번 조치로 자동차와 반도체의 미국 수출이 급감하면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오는 19일 취임 한 달을 맞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세적 관세 정책에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정신이 없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 1조 달러(약 1450조 원) 대미투자, 방위비 2배 증액 등 선물 공세를 펼쳤다. 인도는 F-35 전투기 등 무기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EU는 겉으로는 미국 조치에 반발하면서 물밑으론 설득 작업에 여념이 없다. EU는 10%인 자동차 관세율을 인하하고 액화천연가스(LNG)와 대두를 포함한 미국 상품 구매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17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과 만나 협상하기로 했다.
이처럼 각국이 정상외교를 서두르며 관세 부과 손실 최소화에 몰두하는 반면 한국은 국가 리더십 부재로 무역전쟁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미국이 맞춤형 상호관세를 4월까지 미룬 만큼 협상의 여지가 존재한다. 우리 정부는 한 달여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상 전략을 세우고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특히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분을 미국에 재투자했고 조선업 부흥을 위한 최적 파트너임을 무기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관계부처가 선제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가 합심해 총력 대응해야 관세 전쟁 파고를 견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