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시인 권구현의 ‘금강산 풍경’

황정수 미술평론가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5-02-23 19:10:1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문학가들 중에는 그림에 재능을 보인 이가 많다. 문학과 미술의 예술적 유전자가 비슷한 면이 많아서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문인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문인이자 화가인 이가 많았고, 이들의 작품은 전문화가 못지않은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강세황 신위 김정희 등 문인들의 그림 수준이 뛰어났고, 이인상 김홍도 조희룡 등 화가이면서 글 솜씨도 좋은 이들도 많았다. ‘서화동원(書畵同源)’이나 ‘문자향서권기(文字香 書卷氣)’ 등의 말은 모두 문학과 미술과의 친근 관계를 보여주는 말이다. 그러나 근대기에는 화가의 전문성이 높아져 조선시대만큼 글 잘하는 이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 경우가 흔하지 않았다.

권구현의 ‘금강산 풍경’.
근대기 문인으로서 그림을 잘 그린 이로는 시인으로 유명했던 ‘천마산인(天摩山人) 권구현(權九玄, 1902-1938)’이 단연 돋보인다. 권구현은 시인이자 화가이며 미술평론가로 활동한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충북 영동 출신으로 ‘구현(九玄)’은 필명이며, 본명은 권구현(權龜鉉)이다. 문학인으로 활동할 때에는 ‘흑성(黑星)’이라는 호를 주로 썼으며, 화가나 미술평론가로서 활동할 때는 ‘천마산인’을 사용했다. 음악에도 재능을 보여 젊은 시절에는 유랑극단 단원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판소리 단가를 불렀다. 당대의 명창 이동백과 견주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권구현은 미술에 대한 열정을 이기지 못해 1923년 극단 생활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미술공부를 하고 돌아와 전시회를 열고,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세 차례나 입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예술적 재능은 미술보다는 문학에서 더 빛을 발했다. 1927년 카프(KAPF)에 가담했다가 곧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의 편에 서서 적극적인 문학 활동을 했다. 그의 작품은 시조류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1927년에 간행된 ‘흑방(黑房)의 선물’이 대표 작품집이다.

그동안 ‘시인 권구현’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화가로서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도쿄에서 공부한 행적도 명확치 않고, 작품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화가로서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겨우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된 세 점의 도판만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추정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의외로 항간에 떠도는 권구현의 작품은 적지 않다. 주로 산수화가 많으며, 인물화나 사군자도 간혹 보인다. 산수화는 남종화의 담백한 필치를 보이나 세련된 맛이 적고, 안정된 구도의 포치에 약간의 담채를 더해 장식적인 면을 강조했다.

현전하는 그림 중에는 금강산 ‘삼선암’과 ‘명경대’를 그린 것이 좋다. 일제강점기에 경원선 철도가 생기면서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금강산 유람을 하며 금강산 그림이 크게 유행했다. 조선시대 필법보다는 세필로 섬세하게 그리는 일본의 신남화 기법에 바탕을 두어 맑은 화면을 보여준다. 또한 사진을 보고 그리는 기법이 보이기도 하는데, 원근법을 잘 표현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빠뜨리지 않고 묘사해내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권구현은 미술인으로 큰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근래에 여러 작품이 발견되며 화가로서 연구할 만한 상황이 되었다. 모든 예술 분야에 능통한 천재 예술인으로서의 권구현에 대한 연구가 새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또 피격 12명 사망 309명 부상
  2. 2[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3. 3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4. 4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5. 511일 부울경, 구름많고 경남 서부내륙엔 소나기 소식도
  6. 6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7. 7삼양사,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위 과징금 가장 많이 매겨져
  8. 8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9. 9'대구 상가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 경찰 합동감식 진행
  10. 102020년 이후 19조원 풀린 모태펀드…75%는 수도권에 투자
  1. 1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2. 2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3. 3나경원 ‘젤렌스키 감사 서한’에 與 “매국”…나 “친북 정권”
  4. 4국힘 “李 대통령, 北 저자세 정동영 즉각 경질하라”
  5. 5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6. 6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7. 7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8. 8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9. 9‘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1. 1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2. 2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3. 3삼양사,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위 과징금 가장 많이 매겨져
  4. 42020년 이후 19조원 풀린 모태펀드…75%는 수도권에 투자
  5. 5배달 문화 자리 잡으면서 불만도 급증… 5년여 간 소비자 상담 9430건
  6. 6"국세 체납액 116조원 돌파…미납에 따른 가산세 급증"
  7. 72030년엔 로봇용 D램, 20배 증가 전망…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재’
  8. 8동남권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부울경 스타트업 11곳 IR 데모데이
  9. 91245회 로또 복권 1등 10명…당첨금 각 30억 651만 원씩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1. 1[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2. 2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3. 311일 부울경, 구름많고 경남 서부내륙엔 소나기 소식도
  4. 4'대구 상가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 경찰 합동감식 진행
  5. 5울산 5개 구·군 재정자립도 모두 4년 전보다 하락
  6. 62027학년도 대입 수시, 지역인재·지역의사제 전형 전년대비 40% 지원 증가
  7. 7윤호중 행안부장관, 임은정 광주 중수청장 감찰 지시
  8. 8'이웃 간 강력범죄'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10년간 전화상담 35만 건 넘어
  9. 9한글날 연휴 둘째 날 북항에 5만9천명…‘부캉이’ 누적 방문객 127만명
  10. 10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1. 1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2. 2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3. 3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4. 4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7. 7“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8. 8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9. 9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10. 10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