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국 중 1인당 수산물 소비량 1위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발간한 ‘2021년도 어업 및 양식 통계연보’의 국가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을 살펴보면 한국이 반드시 1위는 아니더라도 최상위 그룹에는 속해 있다. 아이슬란드, 몰디브 등 몇몇 섬나라들은 우리보다 소비량이 더 많다.

FAO의 연도별 통계연보에서 한국이 세계 주요국 중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최상위 그룹에 들어선 것은 2005년 무렵이다. 그전부터 소비량이 뒷걸음질 중이던 일본을 이때 제쳤고, 말레이시아, 포르투갈과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위를 다투고 있다. 주요국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인구 1000만 명 이상인 국가’로 한정해도 ‘한국이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다’고 하면 해에 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나, ‘1인당 수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주요 국가 그룹에 속한다’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한국이 2005년부터 계속 세계 최고 수준의 수산물 소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적정한 수요와 공급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꾸준히 수산물을 구매한 소비자와, 그 요구를 충족시켜 준 어업인과 산업체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또 그동안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과 산업계를 지원한 정부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FAO의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2010년 전후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더 이상 증가는 없으며, ‘식품수급표’에서 어패류 소비량만 보면 2004년부터 4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으나 그 경향은 정체 내지 완만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가 아니어도, 해에 따라 변동이 있어도 괜찮지만 감소 경향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일본 역시 한때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최고였으나 20년 사이에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우리도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9년부터 10년 이상을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순식품 소비량이 아닌 공급량 기준)이 70㎏ 전후를 유지했으나, 2001년(69㎏)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21년에는 41㎏까지 떨어졌다. 최근 20년 사이에 40% 이상 감소했다. 일본인들이 수산물을 기피하는 이유는 가격 상승과 식단 변화를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민이 수산물과 친밀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소비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마치 움직이는 물체는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려 한다는 관성의 법칙이 수산물 소비에서도 적용되는 것처럼 해가 갈수록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 한번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수산물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산물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할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식품이기 때문이다. 수산물에는 두뇌 발달을 촉진하고, 심혈관 질환과 성인병을 예방하는 DHA와 EPA 같은 오메가-3계 고도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또 인체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으며, 해조류는 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혈당 및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생선을 먹어라, 더 오래 살리라. 굴을 먹어라, 더 오래 사랑하리라.”(Eat fish, live longer. Eat oysters, love longer.)는 서양 격언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리고 수산물은 대부분 자연의 생산력만으로 얻을 수 있고, 그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육상의 가축에 비하여 현저히 적으므로 환경부하가 적다. 미국, EU 등 선진국에서 수산식품을 ‘블루푸드’라 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식량으로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산물 소비가 더 늘면 건강과 지구환경에 더 이롭다. 우리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감소 추세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