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이 25일 열린다. 헌법재판소는 증거조사를 마친 뒤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에 2시간씩 종합의견을, 윤 대통령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무제한 최후 진술 기회를 부여한다. 국회 측은 12·3 비상계엄이 헌법이 정한 선포 요건에 맞지 않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침탈하려고 했기 때문에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의 ‘줄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어서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하다고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양측은 무엇보다 최종 변론에 탄핵 찬성과 반대로 쪼개진 국민 통합 메시지를 담아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변론 종결은 지난해 12월 14일 현직 대통령 첫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73일 만이다. 같은 달 27일 변론준비기일이 열린 후 11회 만에 변론이 끝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변론에 참석했다. 증인을 직접 심문하진 못했으나 변호인을 거쳐 확인 사항을 챙겼다.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는데 부하들이 이를 잘못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에 동참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군 주요 지휘부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되거나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잘못을 부하들에게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과 곽 전 특수전사령관은 야당과 공모해 탄핵 공작을 벌였다고 공격했다.

또 계엄이 2시간 반 만에 끝나 국민이 피해를 입은 것이 없는 ‘계몽령’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비상계엄 후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권력 공백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력으로 국가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은 누구 때문이라는 말인가.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 같은 말 할 때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재판관 기피를 신청하고, 심문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등 법 기술을 발휘했다. 심지어 옥중 메시지와 헌재 변론 과정 발언 등으로 국론을 분열시켰다. 이 같은 결과로 헌정사상 초유의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주말마다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데도 이를 부정하는 것은 상식과 공정에 어긋나는 행위다.

상처받은 국민에 용서를 구할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어리석고 위험한 판단으로 큰 피해를 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 마지막까지 야당 때문이었다고 남 탓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심판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영국의 모 경제조사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로 내렸다. 한국은행도 조만간 하향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비상계엄으로 비상사태에 빠진 한국을 구하는 길이 무엇인지 대통령은 심사숙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