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정치를 회복해 시민에 희망을

임무 방기하는 리더십, 국민이 어김없이 심판

여야 구체적 비전 제시…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박철규 대한민국지식중심 공동대표

  • 박철규 대한민국지식중심 공동대표
  •  |   입력 : 2025-02-26 19:18:2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지난 12·3비상계엄 소식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1980년 신군부의 5·17비상계엄 이후 45년 만의 일이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더욱이 이번 계엄은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점과 탄핵심판과 내란죄로 수사 받는 국내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다음은 대통령의 취임선서이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한글 해독만 가능하면 법에 대해 문외한조차도 이번 계엄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시민이 앞장서서 막아서고, 곡절 끝에 의원들이 신속하게 계엄해제를 의결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헌재의 심리과정과 계엄을 옹호하는 측에서 보여준 상식을 벗어난 태도(Attitude)는 후안무치 견강부회 적반하장으로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결국 시민에게 또 다른 실망을 안겨줬다.

그간 정치적 리더들의 어지간한 딴청에도 시민은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서 가려듣기도 하고 양해하기도 했다. 이제 시민의 인내심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시민의 자정능력과 견제능력은 지난 대선과 지선(지방선거), 총선에서 잘 보여줬다.

즉, 제19대 대선으로 탄생된 ‘촛불정권’은 시민을 위한 정치가 부족해서 제20대 대선에서 0.73%의 차이로 정권을 넘겨주었다. 제8회 지방선거에서 특히 부산경남의 경우, 제7회와 완전히 여야가 뒤바뀐 ‘공수교대’로 나타났다. 제22대 총선에서는 5.48% 차이로 여당은 108석, 민주당은 175석을 차지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를 잘하지 못해 시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상국가의 국정운영은 국헌과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얼핏 보면 여당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야당도 권력을 분점, 견제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민은 여당의 독주가 예상될 때 의회가 견제할 수 있도록 ‘여소야대’로 만들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점에서 야당도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점점 정치적 리더들의 소명의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그러면 직업의식은 투철한가. 이들은 대개 정무직 또는 한시직 공무원이다. 직분에 충실하면서 적법절차에 따라 정치를 하지만, 때때로는 마치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 마냥 다투기도 한다. 게다가 조성된 난관을 정치로 풀지 못해 먹고 살기에도 바쁜 시민을 주기적으로 광장으로 불러낸다. 이럴 정도면 정치적 리더들도 사표를 쓰고 시민에게 호소하는 것이 맞다.

언제부터인가 거리에 나부끼고 있는 현수막을 들여다보면 미래비전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대부분이 그저 쪼개고 나누는 비방일색이라 마치 ‘스팸’같아 눈 둘 곳이 없다. 옛 말에 ‘싸우더라도 각방생활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지지고 볶든지, 격렬한 논쟁을 거치든지 어찌하든 정치로 해결하라는 것이 시민의 명령이다. 여당은 여당답게, 야당은 야당답게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며, 그 어떤 핑계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정치적 리더들이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하고, 그들의 임무를 방기할 때 어김없이 심판 당한다. 여당은 이번 계엄에 ‘태도’를 분명하게 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새 출발을 해야 시민의 마음을 더 얻을 수 있다. 바로 직전 시민이 세웠다는 ‘촛불정권’조차도 정치를 잘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내치는 것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질서 있는 퇴각과 집권당으로서 품격을 보이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런 국면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은 넌센스다. 보다 구체적인 미래비전을 제시해 그 어떤 정당보다 정치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럴 때라야만이 여·야당의 정치적 리더십이 이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결자해지라 했다. 정치적 리더들이 위기를 자초한 만큼, 기왕 조성된 위기를 기회로 바꿔 이제는 정말 시민을 위해 정치를 회복해야 할 때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기라 했다. 이번 기회에 싹 다 고치자, 그것이 어렵다면 총체적으로 반성하고 가능하고 쉬우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올해는 을사늑약 120주년, 광복 80주년이다. 온갖 난관을 극복하면서 오늘을 만들어 온 저력을 떠올리면, 어제오늘의 사태는 비가 온 뒤에 더 단단해지듯이 정상국가로 가는 과정이라 믿고 싶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95억 짜리 공영주차장, 정식운영 6개월 만에 ‘누더기’
  2. 2대저·엄궁대교 우여곡절 끝 착공…2030년엔 만성체증 숨통
  3. 3장제원 비보 부산정가 충격 “과오 떠나 동료로서 안타까워”
  4. 4윤핵관의 핵관…무소속 당선·불출마 부침 속 58년 生 마감
  5. 5[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59>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6. 6계엄 입장 요구 농성 참여한 공무원…부산 남구, 市에 중징계 요구
  7. 7‘재건축 대어’ 대우마리나, 신탁 아닌 조합방식에 무게
  8. 8167㎞ 총알 2루타…이정후 4경기 연속 출루
  9. 9‘부도’ 김해중앙병원, 김해복음병원이 새주인
  10. 104일 尹 탄핵선고…대한민국 향방은(종합)
  1. 1장제원 비보 부산정가 충격 “과오 떠나 동료로서 안타까워”
  2. 2윤핵관의 핵관…무소속 당선·불출마 부침 속 58년 生 마감
  3. 34일 尹 탄핵선고…대한민국 향방은(종합)
  4. 4을숙도 ‘1호 국가도시공원’ 만들기, 이성권 의원이 뛴다
  5. 5전원일치면 이유부터 낭독 관례…의견 갈리면 주문 읽어(종합)
  6. 6與 “헌재, 공정한 결정 기대…기각” 野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확신”(종합)
  7. 7韓 대행,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野 “소액주주 권리 짓밟는 폭거”(종합)
  8. 8경남·경북 재난특교세 226억 추가 지원
  9. 9野 발의 최상목 탄핵소추안, 오늘 국회 본회의 보고
  10. 10선거법 무죄 이재명, 지지율 50% 육박(종합)
  1. 1‘재건축 대어’ 대우마리나, 신탁 아닌 조합방식에 무게
  2. 2“거부권 반대” 이복현 금감원장 거취 촉각
  3. 3부산 中企에 최대 9억 운전자금…관세피해 지원 강화한다
  4. 4디지털화폐 체험하고 경품선물도 받으세요
  5. 5금감원 “MBK, 홈플 신용등급 강등 알고 회생 진행한 정황”
  6. 6“여성기업인 권익보호 앞장…경영컨설팅 등 지원”
  7. 7실손 비중증 비급여 자부담 50%로↑…보상 한도는 일당 20만 원으로 제한
  8. 8주가지수- 2025년 4월 1일
  9. 9철도(부산진역~부산역) 위 ‘축구장 9개 크기’ 데크 덮어…공원·상가 등 조성(종합)
  10. 10부산 줄지 않는 ‘악성 미분양’…세제 완화 등 특단책 절실(종합)
  1. 1195억 짜리 공영주차장, 정식운영 6개월 만에 ‘누더기’
  2. 2대저·엄궁대교 우여곡절 끝 착공…2030년엔 만성체증 숨통
  3. 3계엄 입장 요구 농성 참여한 공무원…부산 남구, 市에 중징계 요구
  4. 4‘부도’ 김해중앙병원, 김해복음병원이 새주인
  5. 52일 부산교육감 재선거…중도층 투표율이 당락 가른다
  6. 6차도·인도 구분없이 난폭 질주…명지는 지금 ‘자전거와의 전쟁’
  7. 7구장 안전사고 책임은 구단? 지자체? 경찰, 중처법 수사 착수
  8. 8전국 日뇌염모기주의보
  9. 9부산시 올해 2조 투입, 일자리 19만2000개 만든다
  10. 10녹색산업 특성화대학원에 부산대·부경대…국비 40억 지원
  1. 1167㎞ 총알 2루타…이정후 4경기 연속 출루
  2. 2양키스 1경기 9홈런…‘어뢰 배트’ 화제
  3. 3레이예스 마저 2년차 징크스?
  4. 4황유민·박현경 등 퀸 대결…KLPGA 18년 만에 부산 개막전
  5. 5전북 52명 K리그 등록 최다, 아이파크 33명…U-22 13명
  6. 6헬멧 벗겨질 정도로 달린 이정후, 시즌 첫 멀티히트
  7. 7손흥민·지소연, 축구협회 올해의 선수…통산 최다 8번째 수상
  8. 8물먹은 솜방망이…‘봄데’도 옛말
  9. 9짜릿한 역전극…김효주 통산 7승
  10. 10‘누나 그늘’ 벗어난 교포 이민우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충성파로 내각 채우고 입법부까지 장악…트럼프 폭주 예고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美공장 지어 무역장벽 우회…‘미국통’ 등용 네트워킹 강화도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市 노동안전보건센터, 조속한 설립 필요하다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개발의 시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우리에게 절실한 성장 마인드셋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현대과학이 만든 에너지 화수분
제로 인공지능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은 ‘청년이 돌아오는 부산’을 원한다
기고 [전체보기]
에어부산 분리매각만이 합리적 해법인가?
트럼프 2기, 부산을 조선산업 지식 거점으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기관장 잔치’된 체전 폐회식…선수가 주역인 축제 만들자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부산은 왜 망해가고 있을까
이형(고종), 이승만, 박정희, 윤석열 - 그들의 계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와 통하는 힙한 판소리
조선시대 조상들의 고독 대처법
김창욱의 스포츠 탐색 [전체보기]
골프 vs 파크골프, 당신의 선택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의 시급성과 중요성
명함을 자르며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도청도설 [전체보기]
낙하물
미국 ‘국채’ 투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산재보험, 신청을 늦게 하는 이유
디지털 헬스케어와 미래의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금정산성막걸리와 겨울 안주
사하구 노포 맛집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 키우기 제5원칙, 사회적 소통
뇌력 키우기 4원칙 ‘잘먹기’
사설 [전체보기]
4일 윤 대통령 탄핵 선고…승복하자
오늘(2일) 부산교육감 재선거…투표하자
세상읽기 [전체보기]
위기의 대한민국과 다시 읽는 ‘공화주의’(共和主義)
건설 현장의 위험, 호흡기 질환과 직업성 암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양질의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을 위한 개혁 방안
인구 위기 본질과 노인 연령의 합리적 조정 방안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무주공해(無主空海)
트럼프 2.0 그리고 대한민국 해양정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트럼프의 속마음 읽기
고환율의 명령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주민투표로 결정되는 부산·경남행정통합
수능 폐지를 위한 10년 교육 실험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의 8대 명당, 김극뉴의 묘
퇴계 이황과 서애 류성룡의 생가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트럼프의 ‘윤석열 구하기’ 망상
문민을 국방부 장관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특권의식
유효기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모리스 라벨
겨울 나그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시인 권구현의 ‘금강산 풍경’
‘자연’ 임신의 검정 강아지
CEO 칼럼 [전체보기]
브이드림의 ‘감사하는 조직문화’
중소기업, 해외시장으로 눈 돌려야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