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대신 ‘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가칭)’ 재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에 대비해 이런 내용의 지역별 공약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특별연합체로, 문재인 정부 시절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적극 추진하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박완수 경남지사의 반대로 좌초됐다. 부산시와 국민의힘이 밀어붙이는 글로벌허브법은 법안 심사조차 거부하면서 민주당표 지방 회생책에 불씨를 다시 붙여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부산시를 비롯해 부산 국회의원, 시민단체 회원 등이 지난해 말 국회 계단 앞에서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울경 메가시티든 글로벌허브법이든,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각종 권한을 이양받아 자체 역량을 키우고 규제를 없애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든다는 취지는 비슷하다. 그런데도 메가시티는 되고, 글로벌허브법은 안 된다는 게 민주당 태도다. 정책이나 법안 내용이 아니라 추진 주체에 대한 비토인 것이다.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민주당 때문에 진척이 없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지방 회생 프로젝트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최근 제시한 ‘북극항로 개척’이나 ‘트라이포트 조성’은 앞으로 당 차원에서 띄울 게 분명하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수혜지가 부산이라는 분석은 오래된 상식이고, 트라이포트는 가덕도신공항 유치로 이미 차근차근 추진 중인 사안이다.

상대당 정책 뒤집기에 있어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마냥 비난할 처지는 아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부울경 메가시티가 바로 그 사안이다. 3년전 박완수 지사가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부산 울산 경남은 하나의 지붕 아래에서 생존방안 짜내기에 머리를 맞대고 있을지 모른다. 메가시티 좌초에는 박형준 부산시장도 소극적으로 협력한 것이나 같다. 민주당표 정책이라는 이유로 판을 엎어버린 원죄가 국민의힘에도 있다는 말이다. 행정연합보다 훨씬 어려운 행정통합을 이루겠다며 부산과 경남이 절차를 밟고 있지만 두 시·도 주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못 얻는 건 이런 과정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부산도 소폭 오르긴 했으나 전국 평균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국내 100대 기업 중 부산 본사는 한 곳도 없다.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간다. 어느 순간부터 전국 17개 특별시도 중 부산이 소득 하위다. 젊은이는 떠나고 노인만 남은 도시에 활기찬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대한민국 제2도시가 이런데 다른 곳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상대당 정책은 일단 거부하고 본다. 메가시티여야지 글로벌허브법은 안 된다는 민주당이나, 메가시티를 걷어차고 글로벌허브법만 고집하는 국민의힘이나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은 부산 시민의 숙원인 글로벌허브법이나 산은 이전은 모른 체 하면서 이름표만 바꿨거나 식상한 공약으로 표를 달라고 할 참이다. 부산의 실상은 안중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