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매가 터졌다. 봄을 가늠하는 경남 양산시 통도사 영각(影閣) 앞 홍매화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 자장율사가 세웠다. 당나라에서 부처님 사리와 가사 및 경책을 모셔와 금강계단을 쌓아 봉안했다. 통도사가 불보(佛寶)사찰이 된 연유다. 임진왜란 후 통도사 중창에 나선 우운대사가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인조 23년·1643)하고, 역대 조사의 진영을 모시는 전각을 건립했으니 바로 영각이다. 이때 싹이 자라나 해마다 봄을 재촉하며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는 그 매화다. 자장율사의 얼이 깃들었다고 붙인 이름이 자장매(慈藏梅)다.
지난 주말 영각 앞엔 서둘러 핀 홍매화를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땅에서 가까운 매화나무 아래쪽부터 하나 둘씩 개화했고, 전체적으로는 꽃망울이 한창 부풀어 오르는 중이다. 멀찍이서 보면 나무 전체에 연분홍빛이 감돌았다. 그날도 비가 내렸으나 우산을 펼치기 보다는 자장매가 전하는 계절의 변화 느끼기가 먼저였다.
그러고 보니, 봄비 치고는 고약하다. 자장매를 시샘하듯 꽃샘추위를 불러온 비다. 강원 산지와 중부지방 곳곳에 많은 눈이 내렸다. 울산과 경남서부내륙에는 4일까지 적잖은 눈이 예보됐다. 자장매가 터졌다고는 하나 만개할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경남 양산시 원동매화축제는 지난 1일 개막했으나 매화 꽃이 피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에 제격이 딸기다. 계절을 이어주고, 맛도 향도 더할 나위 없다.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일이 딸기다. 올겨울 딸기 시즌 매출은 전년보다 최대 20%나 늘었다. 이같은 대한민국 딸기 시대의 서막은 2005년 신품종인 ‘설향’(雪香) 개발로 열렸다. ‘눈 속의 향기’라는 이름 그대로 5, 6월이 제철이던 딸기가 겨울 대표 먹거리로 변신하는 계기였다. 꼭 20년 전이다.
딸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밀양이다. 우리나라 딸기 시배지다. 1943년 일본에서 딸기 모종 10여 포기를 가져와 삼랑진읍 송지리에 심은 게 시초다. 삼랑진 금융조합 이사이던 고 송준생 씨가 주인공이다. 밀양시는 지난해 삼랑진읍 ‘딸기문화마을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매화 향기로 마음을 채우고, 딸기로 입맛을 돋우며 둘러봐야 할 게 있다. 매화 향도 딸기 맛도 버거운 이웃들이다. 소득 하위 20% 가구가 식비로 쓴 금액이 지난 5년간 40% 급증했다. 고물가 영향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