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세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관세폭탄에 이어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가자지구 관련 잇단 발언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백악관 충돌까지… 도대체 그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수년 전 이미 ‘아메리칸 퍼스트’라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철학, 곧 ‘트럼피즘’을 경험한 바 있다. 보호무역과 반글로벌리즘에다 공격성까지 갖춘 독특한 정치철학이 아니던가. 필자는 그의 이러한 성향을 ‘포퓰리즘적 보수주의’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는 취임 후 이웃인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25% 관세 부과에 이어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생산품에 25% 관세, 모든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잇따라 발표했다. 이처럼 관세를 퍼부은 것은 엄청난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 정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트럼피즘 2.0’으로 재무장한 그의 행보는 그 정도가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우크라이나 종전협정 추진 과정은 점입가경이다. 그는 러시아 점령지 인정, 우크라이나 NATO가입 불가 등 러시아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협상 과정에 우크라이나는 배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유럽도 뒷전이다. 실제로 지난 2월 18일 미국 러시아는 종전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자기 영토를 침범한 나라에 의해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데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구축된 ‘무력에 의한 영토확장 금지’라는 세계질서가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 정상회담이 파행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거의 내쫓기는 수모를 당했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에 대한 NHK 등 일본 언론의 분석이 흥미롭다. 우크라이나 전쟁 정전협상을 두고 ‘얄타회담 2.0’이라고 진단한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협상이 얄타회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2차대전 종전이 임박한 1945년 2월 미국 영국 소련 등 3개국 정상이 흑해 연안 크리미아반도의 휴양지 얄타에 모였다. 독일을 미·영·불·소 4개국이 분할 점령하는 등 전후 세계질서를 정리한 회담으로 평가된다. 시쳇말로 초강대국 정상들이 전리품을 나눠먹은 회담이었다. 특히 이 회담에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소련의 일본전쟁 참전을 승인한 점은 너무도 뼈아프다. 전후 한반도에 미국과 소련이 분할 점령하는 빌미가 됐다. 이로 인해 한반도는 분단되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련의 퍼포먼스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필자는 3가지 로 분석한다. 첫째가 향후 도래할 미국과 중국 양극체제 대비용으로 보인다. 중국의 급부상을 막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냉전시절인 1971년 미국이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관계개선을 추진한 ‘핑퐁외교’를 연상시킨다.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가자지구 등에 대한 그의 발언은 지정학 차원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 포석이다. 마지막으로 관세폭탄은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육성을 통해 미국의 경제력을 확대하기 위한 다목적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럼피즘 2.0’을 세계질서 재편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미중간 대결구도가 ‘미국-러시아 vs 중국’의 구도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으로 러시아가 부상하는 흐름이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유럽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인도의 부상이 점쳐지고 있다.
결국 침략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얻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수많은 생명을 잃고 광물자원을 전비로 바쳐야 할 운명에 처해있다.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임을 다시한번 보여주고 있다. 이미 얄타회담을 통해 우리는 남북분단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겪었다. 약소국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러울 뿐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이제 약소국이 아니다. 경제력 세계 13위(GDP), 군사력 세계 5위의 탄탄한 국가다. 하지만 여전히 자원 없는 분단국이다. 트럼피즘 2.0으로 더 강해진 트럼프 정부는 관세로, 또 군비분담금 증액 요구로 압박해 올 것이다. 세계질서 재편이란 흐름 속에서 한반도 주변 정세 역시 짙은 안개에 파묻히는 형세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국은 탄핵을 둘러싼 정쟁으로 여전히 어지럽기만 하다. 우리는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