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대전을 방불케 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곳곳의 국지적 충돌은 에너지 자원 경쟁에서 비롯한다. 에너지 자원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체에너지 자원 개발도 시급하다. 한국에 석유는 1880년 미국 선교사가 등유를 가져오면서 도입됐다. 1980년 이후 원자력이 국가 주요 에너지원이 되었다. 2000년 들어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노력도 한창 진전 중이다.

이름 낯선 대왕고래 마왕상어. 이 둘은 요근래 동해안 앞바다에 추진 중인 석유 프로젝트다. 에너지 전쟁의 주역인 석유는 중세 고려에서는 산출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한대부터 석유가 생산됐다는 기록이 있다. 금 거란 몽골의 유목사회는 마른 소똥 말똥을 주워다 난방 취사용 불씨로 썼다. 1206년 칭기즈칸은 즉위하자 측근에게 말똥을 태워 불을 꺼뜨리지 말 것이며 항상 행궁 뒤에서 대기하라 명령했다. 1254년 몽골을 방문한 루브록의 보고서에는 대칸의 오르독 중앙 화로에 소똥불을 켜고 빵 구울 때 소똥을 썼다고 전한다.

송과 몽골에서는 가축의 마른똥 외에 소나무 참나무를 벌목하거나 숯으로 만들어 연소재로 썼다. 인구가 늘어나면, 땔감 소비가 증가한다. 연쇄적으로 나무가 자라는 숲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1개의 참나무 숯을 생산하려면 10배 이상의 나무가 소요된다. 희소해져 가격도 올랐다. 숯을 구할 수 없자 값싼 석탄을 연료재로 대체해 썼다. 석탄은 목탄에 비해 가격은 싸지만 위험한 탄산가스를 배출한다. 그래서인지 당시 관인은 인후통 가슴통증을 앓았다.

중세 고려도 처음은 땔감용 생나무와 숯을 연료재로 사용했다. 산림의 생산물을 백성과 나눠쓴다는 여민공지 원칙에 따라 일상의 나무는 통제 없이 벌목됐다. 땔감용 나무 종류는 가리지 않았으며 일상의 삶터 주변 산에서 쉬이 구할 수 있었다. 원래 소나무는 난방과 취사를 목적으로 한 생나무, 땔감을 태워 만든 숯(소목) 관아 사찰 민가의 건축기자재 용도, 선박 재료, 가옥의 기와를 굽는 용도나 정원 정자에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됐다. 소나무 참나무를 태워 만든 숯은 고대부터 무덤 봉토의 강도와 점착력, 위생을 높이기 위한 주요 재료로 썼다. 소나무 부산물인 솔방울과 열매는 대외교역품목이었다. 충렬왕의 아내 제국대장공주는 솔씨를 중국의 강남에 수출해 막대한 이익을 확보했다. 충혜왕 대에는 강릉도에서 산세로 송자 3000석을 납부했다. 송진은 배고픈 이들에게 구황식으로 쓰였다.

무인집권기를 살다간 이규보 때 관인의 저택이나 일부 사찰에서 온돌이 사용되던 터라 겨울철 난방과 평상시 취사를 위한 목재 수요가 급증했다. 숯은 비싼 값을 치르고서 구입하거나 높은 관직에 오르려 뇌물로 적극 활용했다. 숯의 생산처인 도심 숲 파괴는 가속됐다.

땔감용 나무를 가까운 산에서 구해오거나 몰래 벌채가 성행했다. 부유한 사람은 자체적으로 기와를 생산하려고 작은 가마터를 경영하기도 했다. 가마터에서 기와를 구우려면 땔감을 공급할 숲과 흙이 갖춰져야 한다. 그 원료가 다하면 또 다른 자원처를 찾아 옮겨 다닌다. 숲과 흙은 쉽게 물러졌다. 고려말 동해안, 낙동강 일대, 양산 밀양은 지진 땅꺼짐(싱크홀)이 잦았다.

숲의 훼손을 막고자 벌목금지령을 반포하거나 나무 심기를 강제했다. 그런데도 고려 전역의 숲은 공적 사적 요인을 막론하고 훼손되어 갔다. 무인 집권기 젓갈 생선 쌀 자기 도기를 싣고 개경 강화도로 향해 가던 배가 서남해 앞바다 태안해역에서 난파됐다. 마도선박이다. 배 안에는 크기 20㎝ 이상의 질 좋은 연료용 석탄도 실렸다. 석탄 종류는 갈탄류이다.

마도 선박에 실린 석탄은 어디서 나서, 어디로 향하는가. 북송 남송대 석탄을 주요 연소재로 썼다 하니, 석탄이 고려의 주요 교역품일 수 있다. 품질을 분석하니 포항 장기지역에서 나는 갈탄류와 동일했다. 동해 연안의 포항 장기에서 산출된 석탄이 서남해를 돌아 개경 강화도 시장에서 거래됐을 것이다. 또는 고려시대 탄 철을 생산하던 공주 명학소 산출의 석탄일 수 있다. 땔감용 숯, 광물자원인 석탄 소비가 늘자 결국은 고려의 산과 물, 흙은 파괴되어갔다. 숲 물의 파괴에 대처하고자 물길을 관리하거나 산천비보도감을 설치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미봉적 대책으로는 산야의 훼손을 막을 수 없었다. 고려말 각종 물난리, 산사태, 땅 꺼짐 재해는 자원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초래한 비극이었다.

물 바람 광물 에너지 자원의 개발과 확보는 곧 국가 경쟁력이다. 어떤 에너지를 주종으로 쓸지가 관건이다. 마왕상어 대왕고래 프로젝트나 소형원자로 설치가 대안일까. 신재생에너지 태양열에너지는 지구 자원을 망치지 않는가. 쓰다 남은 태양열 광판은 어찌 처리할 것인가.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하다. 에너지 자원을 두고 경제적 효용을 우선순위에 두거나, 정쟁거리로 삼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중장기적 안목으로 오래 지구와 공존할 길을 모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