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제명의 오션 드림] 무주공해(無主空海)

이제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 이제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  |   입력 : 2025-03-06 19:00:3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트럼프가 돌아왔고, 중남미 바다는 미국의 입김에 휘둘리는 중이다’

GOM(Gulf of Mexico)으로 표기되는 멕시코만은 2010년 4월 심해저 석유 시추 설비가 수심 1600m 해저에서 폭발을 일으켜 6억5000만ℓ의 원유가 해저에 유출되었던 ‘딥워터호라이즌 폭발사고’로 유명세를 치른 해역이다. 심해유전 개발이 워낙 활발히 이루어지는 해역이다 보니, 조선해양산업계에서 GOM은 따로 설명을 요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관용적 용어다. 이곳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GOM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GOA(Gulf of America)로 부르자고 나섰고 멕시코는 유엔에 제소했다. 해류나 해저지형, 선박 운항 조건이나 석유 시추 환경 등과 같이 바다의 특성과 규정을 다루는 조선해양산업 기술 문서에서 GOM의 표기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궁금해진다.

1년여 전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국 콜롬비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콜롬비아 최대 항구 바랑키야를 중심으로 조선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방안에 관한 협력 요청 대응 방문이었다. 콜롬비아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보고타는 해발 2600m에 자리 잡고 있어 항공과 육로 외에는 마땅한 물류 운송 방법이 없다. 육로라고 해도 험난한 산악지형을 가로질러야 하기에 주로 철도가 아닌 자동차를 이용하고, 그래서 주요 도시로의 물류공급 뿐만 아니라 나라 전반에 미치는 물류 기반이 빈약하다. 당연히 제조업의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연유로, 최대 항구 바랑키야를 중심으로 하는 조선발(發)제조업 부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항구를 기반으로 국가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욕을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인접한 파나마운하에서 조성되는 선박수리산업을 독점하고자 하는 자국 조선산업의 희망도 설명했었다. 현재의 콜롬비아 조선산업은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선박 때문에 자생력을 상실한 상황임을 설명했고,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런데 하필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중국 자본에 종속된’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미국에 다시 돌려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가령, 우리나라와의 협력으로 상전벽해급 조선산업 발전을 이루더라도 그들의 꿈이 그리 쉽사리 달성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듯하다.

중남미 바다에서의 소유권 다툼과 중남미 주요 국가인 콜롬비아의 조선산업 부흥 의지는 공교롭게도 탈(脫) 중국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조선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중남미 바다 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산업만큼은 우리나라를 최우선 협력 파트너로 대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셈법이 필요한 부분이다. 세계 각지의 정치적 변화에 따른 시장 정세를 읽어야 함의 방증이다.

중남미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덴마크와 미국 간에 불거진 그린란드 매각 다툼, 북극의 지하자원 선점 욕구 등 북극으로 향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북극항로의 중요성과 다양성또한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북극에 인접한 국가들의 당연한 소유권 주장과 인접하지 않은 국가들이 접근 권한을 보장받기 위한 파상적인 노력은 물론, 해빙을 이용한 새로운 항로 선택지로서의 북극해 역할까지 겹쳐지고 있다. 인류의 존망에 가장 큰 위협으로 지탄받는 지구온난화가 또 다른 형태의 바다 활용 기회가 되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북극항로개척 전담조직(TF)’ 결성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면 부산이 가장 매력적인 기항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부산항의 규모나 우리나라 조선산업 위상 등을 놓고 볼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보다 치밀한 후속 과정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북극항로개척이 새로운 해양산업의 유일한 대안도 아니다. 콜롬비아만이 아니라 카리브해 연안 중남미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조선기술을 전수한다면 중남미 제조업 시장이 우리 가시권에 들어온다. 조선과 해양을 시작으로 한 기술 패권도 가능해질 터이다.

바다는 항상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 왔다. 각기 다른 양상의 기회들을 시대별로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따라, 마치 주인인 듯 바다를 대하던 몇몇 국가들이 때로는 짧게, 때로는 유구한 시간으로 역사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세계는 지금 그런 바다를 식탁 위에 올려 두고, 과거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정치적 셈법으로 재단하고 있다. 지구 전체적인 기후변화 현상은 상상도 못 하던 새로운 메뉴도 식탁에 올렸다.

무주공해(無主空海)다. 모두가 서로 주인이 되려고 한다. 그들과 싸워보기라도 하려면 일단 바다로 나가야 한다. 당연히 비행기나 자동차가 아닌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답은 너무도 자명하지 않은가. 이 세상 누구도 보지 못한, 누구도 갖지 못한 기술을 탑재한 ‘Made in Korea’ 선박이 공해에 등장하면, 그 항로와 그 바다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5. 5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6. 6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7. 7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10. 10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6. 6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7. 7‘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8. 8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9. 9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0. 10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8. 8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9. 9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0. 10[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9일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6. 6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