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는 무사안일주의가 부른 인재로 확인됐다. 공군이 10일 발표한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사고를 낸 전투기 2대의 조종사들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 이를 3단계에 걸쳐 재확인하는 절차를 무시했다. 오폭 사고는 12·3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군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일선 군 부대 기강이 느슨해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기자회견에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한미연합훈련 도중 폭탄이 경기도 포천시 노곡리 민가에 떨어져 주민 19명, 군인 12명 등 총 31명이 중경상을 입고,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다. 민가 3차 피해 조사 결과 10일 기준 피해 건수는 152건에 달했다. 오폭된 폭탄은 건물이나 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데 직경 8ｍ, 깊이 2.4ｍ의 구덩이를 만들었다. 폭탄 1개의 살상반경은 축구장 1개에 이를 정도로 큰 위력을 지녔다. 도심이나 민가에 떨어졌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오폭 사고를 일으킨 전투기 조종사는 사고 전날 비행 준비를 하며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했다. 조종사는 3차례 표적을 확인하는 절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좌표 입력 과정에서 ‘크로스 체크’ 등 이중 안전장치를 두지 않는 시스템이 대형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정해진 탄착시각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폭탄 실사격 훈련을 지휘하고 감독해야 할 부대 지휘관들도 제 임무를 소홀히 했다. 또 전투기가 훈련장을 이탈했는데 관제사의 경고도 없었다. 군 훈련은 철저한 안전수칙 준수와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다. 사고 발생 후 공군의 상황파악과 보고 지연 등도 문제다. 오폭 사고 발생 시각은 오전 10시4분이었다. 공군작전사령부는 3분만에 사고를 인지했으나 공작사령관 상황보고는 오전 10시21분께 했다. 합참의장 보고시간은 10시40분,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 대한 보고는 이보다 3분 늦었다. 전시 상황이었다면 군 수뇌부가 대처하기 힘든 시간이다. 더욱이 공군은 사고 이후 약 100분이 지나서야 관련 사실을 공지하는 등 늑장 대응했다. 군의 지휘·보고체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제게 있다. 통렬히 반성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우선 탄핵 정국에서 느슨해진 군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전군의 최고위층 지휘부부터 일선 병사까지 면밀히 점검해야 마땅하다. 이런 군인을 믿고 어떻게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엄정하게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하겠다. 또한 오폭 사고를 막을 후속조치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