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의 조선해양기자재 산업 첨단화를 위한 초광역 협의체가 생겼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지역본부는 최근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BMEA) 등과 ‘친환경 조선해양기자재 산·학·연 협의체’ 창립총회를 열었다. 협의체에는 부산 녹산국가단지 내 조선해양기자재 업체를 중심으로 울산과 경남의 관련 기업 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소 등이 대거 참여한다.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연구 개발, 국내외 마케팅, 인공지능(AI) 활용 디지털 전환 등을 이룬다는 목표다. 부산 울산 경남이 조선해양기자재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부산이 그 중심이 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조선해양기자재 기업이 입주해 있는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은 명실상부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의 메카이지만, 대부분 영세해 친환경이나 자율운항 선박으로 재편되는 시장에 발 빠른 대응이 어려웠다. 이마저도 정보 교류나 활동 영역이 역내 산업단지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업종이 모여 있는 인접 지역과 시너지를 만들지 못했다. ‘친환경 조선해양기자재 협의체’에는 부산의 녹산국가산단, 울산의 미포국가산단, 경남의 창원국가산단이 참여한다. 각 산단에는 100~300여 곳의 크고 작은 기업이 포진해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1~3위 조선 대기업의 거점인 만큼 관련 업종이 집적될 수밖에 없다. 협의체 출범이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기업간 협업이나 산·학·연 협력의 바탕이 되고 이로써 관련 산업 클러스터 형성의 촉매제가 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은 최근 어느 업종보다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언한대로 미국의 조선업과 해양플랜트 투자가 본격화하면 그 수혜국은 한국, 그 중에서도 부울경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의회 연설에서 조선업 재건을 위해 백악관에 담당 사무국을 설치하고 천연가스 채굴 등에 필요한 시추산업 파격 지원을 약속했다. ‘K-조선’이 웃는 이유다. 물론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유치는 대기업 위주가 되겠지만, 이와 관련된 과실은 기자재 업체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협의체는 지역과 산업단지 협력 촉진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것이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산업단지간 연계, 산·학·연의 기술 개발 협력,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모델 개발 등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조선해양기자재를 비롯한 부산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첨단화를 위해 정부와 부산시가 그간 내놓은 지원책이 여럿 있다. 사업 혁신과 구조 변경을 돕는 동남권지원센터, 녹색·디지털·신사업 기업에 투자하는 ‘부산 산업 전환 녹색펀드’ 등이 그것이다. 부산은 이미 주요 조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나 엔지니어링 센터를 유치해 조선산업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외 여건까지 우호적으로 바뀐 지금이 부산 조선해양기자재 산업을 혁신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