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정치적 올바름’에 얽매이지 않는 재판

한영표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

  • 한영표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
  •  |   입력 : 2025-03-18 18:44:1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경험이 짧은 신참 변호사로서 법정을 출입할 때 심리적으로 긴장이 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물론 법대에서 재판을 하다가 법대 아래에서 변론을 하는 것 자체로 긴장이 되지만, 이는 처음에는 어색해도 차츰 적응이 될 일이지만, 가령 피해자가 많은 피고인을 변론하기 위해 법정에 갈 때에는 피고인 못지 않게 변호사도 많이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된다.

구두 변론은 피해자들을 자극할 수 있으니 가급적 자제하고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민사 재판 과정에서도 당사자들이 많이 출석하면 반대 당사자의 변호인들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하면 지난 날 법관으로 일하면서도 이렇게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경우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당사자가 이른바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경우 등이다. 여성단체, 장애인 단체, 노동조합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단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른바 인권 발전에 대한 ‘걸림돌 판사’로 지정해 실명을 밝힌 자료를 배포하거나 현수막에 실명을 기재해 비난하기도 했다. 또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이 없다는 비판이 날아오기도 했다.

요즘 부동산 불황으로 인하여 혹은 집주인의 예기치 못했던 경제적 파탄으로 다수의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그렇다. 물론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경제적 파탄으로 자신의 삶도 거의 무너진 피고인을 향해(실무상 거의 하지 않는)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면 언론의 지지를 받고 정의로운 재판으로 칭송받지만, 사안을 따져 무죄를 선고하면 당장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비판의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각오해야 할 형편이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향해 “그루밍 갱 사건을 은폐했다”고 공격한 것과 관련한 기사가 나와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루밍 갱 사건은 1997~2013년 영국에서 11살 여아를 포함한 최소 1400명의 영국 소녀가 주로 파키스탄계 남성으로 구성된 조직폭력배들에게서 술과 마약 투약 후 성학대를 당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한다.

수상한 파키스탄계 운전사들이 영국 소녀들을 택시에 태워간다는 의혹이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됐지만, 지방정부는 이를 눈감았고, 경찰 역시 무시했다고 한다. 이렇게 지방정부와 경찰이 이 사건을 수십 년간 뭉갠 배경에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이민자들을 상대로 적극 수사에 나섰다가 자칫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을까 겁을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에 기소된 범죄자 중 한 명은 판사를 향해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이러한 머스크의 문제 제기에 불편함을 표시하는 진보 언론도 있고, 정당 간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쟁점으로 논쟁 중이라고 하는데, 필자는 위 사건 재판장이 겪었을 심리적 어려움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법관으로 있을 때 전혀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받으며 재판 중인 피고인들이 수감된 구치소(유죄가 확정된 교도소가 아닌)에서 추운 겨울에도 찬물로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15분만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다고 하니, 1인당 국민총소득이 일본을 추월해 세계 10위 안이라며 자부심을 가지는 오늘날 감출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인권 및 사법 제도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하여 많이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생각도 든다. 대표적으로 이전에는 검사의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 법관 앞에 변명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검사나 경찰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기록만으로 거의 모두 구속되었는데, 오늘날은 법관에게 구속 관련 재판을 받을 기회가 있다는 것은 대표적 개선이다. 이러한 사법제도 발전의 연장선에서 법관이 ‘정치적 올바름’이나 어떠한 도그마에 얽매이지 않고 재판할 수 있어 모든 국민이 억울함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