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톡스나 필러 가격이 싸졌다는 사람이 많다. 수십만 수백만 원 하던 시술비가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피부과나 성형외과에 대거 유입되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다. 폐암 투병하는 이웃 아주머니, 아이의 신장 질병으로 고생하는 친구도 다행히 병원 이용에 불편이 거의 없다. 지난해 2월 본격화한 의정 갈등으로 초과사망이 3000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기는 하나, 별 영향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와 올해 명절 연휴가 큰 사고 없이 무난히 지나간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들에게 이달 말까지 복귀를 촉구한 지 2주가 되어 간다. 2026학년도엔 정원을 한 명도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집단 행동이 1년 이상 지속되자 마지막 회유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꿈쩍 않는다. 학교를 이탈한 의대생 중에는 올해 증원 혜택을 보고 입학한 신입생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 고려대는 21일, 연세대는 24일, 서울대는 27일을 복귀 마감 시한으로 설정했다. 이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유급 혹은 제적 처리하겠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조치는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부족 사태가 시발점이다. 그 대신 정부는 의사 요구대로 필수의료 수가를 대폭 올리고 의료 소송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고, 전공의 임금과 수련환경 개선도 다짐했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은 “정부도 선배도 못 믿겠다” “2개 학년 동시 수업은 불가능하다”며 맞선다. 의대 학장과 대학 총장이 책임지고 교육하겠다는데도 막무가내다. 보다 못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직역 이기주의를 개탄하는 성명서까지 냈다. 모든 논의를 멈추고 2024년 2월 이전 상황으로 되돌리겠다는 게 이들의 진짜 속내일 것이다.
최후통첩이란 말 그대로 마지막 통보다. 정부는 전공의에게 의사 면허 박탈과 형사 처벌을, 의대생에게는 유급과 제적 처분을 경고하며 처음엔 강경하게 나갔다. 그러나 몇달도 안 가 이런 조치들을 하나씩 철회해왔다. 그때마다 “더 이상 양보는 없다”면서다. 의대가 아니라 일반학과 학생이었으면 열 번도 잘리고 남았을 사안인데도 제발 돌아와 달라고 읍소 중이다. “셋 셀 때까지 멈추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 부모가 자주 하는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끝까지 버티면 부모가 오히려 당황한다. “둘 반, 둘 반의 반, 둘 반의 반의 반….” 지금 정부가 딱 그 꼴이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