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지막 날 부산시와 디자인진흥원은 세계디자인협회(WDO)에 2028 WDC(세계디자인수도)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당일 부산 영도구사회복지관 유니버설디자인이 한국을 대표해 국제 유니버설디자인협회 (IAUD)에서 주관하는 IAUD 국제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수상했다. 금상을 받은 국가는 한국 일본 영국 노르웨이다.
영도구사회복지관 유니버설디자인이 2023년부터 2년간 시민공감디자인단을 도입해 다양한 문제와 이슈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전개해 실증한 성과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16개 구·군, 부산사회 전체의 공공시설 및 공간, 서비스들 중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직도 영도구사회복지관 곳곳에는 유니버설디자인이 필요한 공간과 서비스가 남아있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은 인간의 마음에 생성되는 요구들 중에 현실에서 해결가능한 필요한 부분을 빼고 남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을 욕망으로 설명하고 있다. 디자인은 인간 마음속에 생성된 요구들을 실현할 수 있는 필요로 전환해 경험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해결하지 못한 남은 욕망들을 새로운 요구로 계속 전환하며, 인간에게 지속적인 만족을 추구하게 하고 새로운 욕망을 생성하게 한다. 여기서 개인의 이기적 욕망과 타자에 대한 이타적 욕망을 상호 의존할 수 있게 연결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상호간에 만족할 수 있는 필요들을 구체화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욕망들을 찾아내 사회 구성원 최대 다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해결하는 역할을 공공디자인 또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담당한다. 디자인 분야의 이러한 역할은 지역사회의 갈등을 해소할 수도 있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수단이 되며 궁극적으로 시민행복을 실현한다.
2023년 부산 자치경찰 치안리빙랩 사업을 통해 부산 진구의 ○○어린이 공원 문제해결 디자인을 진행했다. 우선 지역주민과 공무원들로 시민공감디자인단을 구성해 주변 정주환경과 시민의 요구를 분석했다. 해당 지역은 당시 112신고 최다발생지역으로 학교폭력, 청소년 흡연 등이 다량 발생해 향후 우범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곳이었다. 시민 학생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공간개선부터 공원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도출했고, 우선 시급한 사안으로 실효성 있는 금연 공간 조성이 선정됐다. 구체적인 결과는 금연 벨을 설치하고, 흡연을 목격한 시민이 벨을 누르면 20초 후에 흡연 시 경고방송이 나오는 서비스가 제안돼 실증을 진행했다. 20초 후에 경고방송이 나오는 이유는, 흡연자와 금연을 요구하는 시민이 대면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회피하고, 시민은 부담 없이 금연 공간 조성요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된 아이디어다.
2024년 실증 결과로 해당 공원의 112 신고율은 92%, 흡연율은 87% 감소했고, 금연구역 인식과 주민만족도는 83% 향상되는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시민공감디자인단의 활약은 부산 북구의 흡연공간이 된 주차장을 금연연구소로 바꾸었고, 범천지하보도, 남구 대남초등학교 통학로 등 시민의 안전과 편익을 발전시키는 다양한 문제해결 디자인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민이 만족하는 효과나 성공적인 사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공공서비스가 된다. 그리고 다음단계로 ○○어린이 공원, 북구의 금연연구소 주차장, 범천지하보도 등에서 새로운 요구가 발생할 것이다. 디자인은 이렇게 멈추지 않고 시민의 만족을 계속 증진시키며 진행된다.
WDO가 WDC 지정을 위해 요구하는 질문은 총 58개 항목이다. 모든 질문은 디자인주도 사회(Design Society)로서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모두가 행복한 디자인 정책 기반 투자 역량에 관한 내용들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SDGs)와 도시의 사회·문화·경제적 발전을 촉진하는 디자인의 역할과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질문들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향후 부산시민행복을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게 하고, 단계별로 실행하게 한다. 즉 WDC 제안은 선정되기 위한 목표와 함께, 시민을 위한 디자인 여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중요하다.
몇 가지 성공사례나 이슈가 될 수 있는 이벤트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민행복디자인 여정과 향후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다. WDC 제안은 디자인으로 꿈꾸는 부산사회의 미래를 세계사회에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와 세계사회의 지지를 요구하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16개 구·군에서 정주환경의 문제해결과 모두를 위한 디자인 성과들이 모이며 혁신의 파동이 지속 가능하게 시작될 때 세계시민이 살아보고 싶어 하는 디자인 수도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