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석달 만에 0.6%포인트나 낮췄다. 미국발 관세 전쟁 타격을 맞은 멕시코(2.5%포인트) 캐나다(1.3%포인트)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하락 폭이 가장 크다. 한국이 미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장벽 확대 정책에 더 취약할 것이라는 의미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 등 불안정한 정치상황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처했음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
|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6%포인트 낮춘 1.5%로 전망했다. 내수침체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
OECD는 17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3.3→3.1%)을 비롯해 주요국의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봤다. OECD는 관세 전쟁 여파로 한국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8%에서 1.9%로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많은 국가에서 물가가 올랐다”면서 “한국과 일본, 스페인에서 먹거리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였으나 생활필수품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6%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 속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스태크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졌다는 경고다.
OECD는 저성장 위기를 타개하려면 각국 중앙은행이 불확실성을 줄이고 무역비용 상승이 임금과 물가 압력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금융협회 세계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였다. 세계 평균(60.3%)을 크게 웃돈다. 최근 서울 강남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추가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야 하겠다. 또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만큼 재정을 풀어 위축된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 다음 달 2일 미국의 상호관세가 본격화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의 한미 FTA가 대폭 개정되거나 새 무역 협정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빈 해셋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이 험난할 것임은 이미 예고된 바다.
계엄과 탄핵 사태로 리더십 부재 상태인 한국은 미국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는데도 정부가 두 달 동안이나 몰랐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전략을 정비하고, 세부 사안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1%대 성장률 쇼크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야는 정쟁만 벌일 게 아니라 정부와 힘을 모아 경제를 살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