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개장 이래 처음 장중에 거래가 전면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이달 4일 본격적으로 출범한 이후 대형사고가 발생한 터라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당국은 사고 원인을 면밀히 따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 자본시장 신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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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국내 유가증권 시장 개장이래 처음 장중에서 거래가 전면 중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
19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7분부터 11시 44분까지 코스피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주식 매매거래 체결이 중단됐다. 과거 전산장애로 일부 종목 거래가 멈춘 일은 있었으나 코스피 종목 전체 거래가 멈춘 것은 2005년 거래소 통합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후 11시 44분 16초에 시스템이 복구됐으나 ‘동양철관’은 호가 접수가 거부되는 오류가 지속돼 3시간 이상 거래가 중단됐다. 시장 관심이 쏠리면서 동양철관 주가는 19일에도 상승했다.
한국거래소는 중간가 호가와 자전거래방지 시스템 간의 충돌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간가 호가는 최우선 매수와 매도 호가의 중간값으로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ATS 출범으로 새롭게 도입됐다. 동양철관처럼 주가가 2000원 미만인 ‘동전주’ 종목은 호가 단위가 1원이다. 중간가 호가는 1원 미만의 소수점이 되는 데 코스피는 소수점 단위는 절사(切捨)한다. 이 경우 중간가 호가와 매수 호가가 같아진다. 여기에 기존 설정 자전거래방지 시스템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코스피 전체 거래 체결 엔진을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KRX가 중간가 호가를 도입하면서 소수점 거래 절사 원칙을 그대로 둬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호가 가격 단위가 1원인 종목은 코스피 129개, 코스닥 428개에 달한다.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할 우려가 그만큼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지난 17일부터 ATS 거래 종목이 110개로 늘어난 탓에 KRX에서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일은 일부 투자자가 특정 종목에 대한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거래 중단으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있어 손해배상 문제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자본시장의 대외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사고 발생 시간 KRX와 경쟁체제인 ATS 시스템은 정상 가동된 점을 주목해야 하겠다. KRX가 투자자 신뢰를 잃게 되면 주식 매매 기능이 ATS로 몰릴 여지가 생긴다. 이처럼 부산 본사 KRX 위상이 흔들리면 금융중심지 부산은 큰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사고 책임을 놓고 KRX 내부에선 유가증권시장본부와 IT관련 부서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KRX는 안일함을 경계하고 경영혁신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ATS 도입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꾀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공언을 누가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