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면 제수음식을 사러 가는 곳이 부산 부전시장이다. 젊은층이 백화점과 마트를 찾는다면 장노년층은 이곳을 간다. 교통이 편리하고 물건이 좋다는 평을 듣는다. 도시철도역과 동해선역이 주변에 있다. 중앙대로변이라 버스가 많다. 먹거리도 풍부하다. 가성비 좋은 맛집이 여러 곳이다.
언제부터인가 부전시장 주변에 콜라텍이 생겼다. 술을 팔지 않고 콜라를 판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엔 청소년이 들락거렸는데 일탈 장소로 알려지면서 중장년·노인 놀이터로 변했다. 장노년들은 여기서 사람을 만나고 춤을 춘다. 지르박 탱고 블루스 등 사교춤을 배운다. 초기엔 바람난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부산 전체 30여 곳 남아 있다. 부산진구에 가장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부전시장 주변이 이른바 콜라텍 성지다. 입장료 1000원만 내면 클럽문화를 즐길 수 있다. 스테이지만 있는 게 아니다. 커피숍과 식당도 있다.
부전시장 콜라텍을 소재로 한 영화 ‘부전시장’이 오는 27일 개봉한다. 지난 19일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시사회가 열렸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응원하러 참석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한 문정수 전 시장은 부인과 함께 영화를 끝까지 봤다. 부전시장 콜라텍을 중심으로 시장 상인과 콜라텍에 출근 도장 찍는 사람들 이야기다. 부전시장 골동품 가게 주인, 반찬가게 여사장, 콜라텍 춤꾼, 택배기사, 콜라텍 건물주 등이 등장한다. 노인의 여가생활과 사랑 죽음 우정 등을 다뤘다. 피보다 더 진한 이웃들 스토리다. 영화는 노인의 삶과 병, 그리고 죽음에 질문을 던진다. 다소 거칠지만 웃음과 함께 감동을 준다. 감독의 말처럼 억지 감동은 아니다.
주소를 옮겨 부산사람이 된 김시우 감독이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썼으며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은 부전시장 외에도 부산 연작인 ‘산복도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송정해수욕장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영화도 기획 중이다. 부산에서 모두 찍어 그런지 영화 보는 내내 익숙한 장소가 자주 나온다. 조연과 단역으로 부산사람이 대거 출연한다. 평소 알고 지낸 세무사는 바람둥이 남자로 화면에 여러 번 등장했다. 알고 보니 조연이란다. 요양병원 이사장과 유명한 성형외과 원장 얼굴도 보였다. 부산에서 부산사람이 찍고 연기한 영화인 셈이다. 박 시장은 인사말에서 “영화제만 있는 도시가 아닌 배우 감독 제작자 촬영장소 편집 음향 등 영화와 관련한 모든 것이 있는 진정한 영화도시로 거듭나자”고 했다. 격하게 공감한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