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는 다양한 해양시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많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투입되며 복잡한 작업이 동반된다. 이에 해양시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시료가 필요한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이 중요한데, 해양시료도서관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해양은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기후 변화, 해양자원 개발, 생태계 보전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해양환경이나 특징을 분석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 및 시료가 필요하며 해양시료도서관은 이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해저 퇴적물은 기후 변화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데, 해저 퇴적층에 남아 있는 미세한 변화는 과거 기후 변동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고 탄소 순환 연구 및 해수면 상승 예측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해양 생물 시료를 통해 심해 생태계 및 미생물 군집을 연구함으로써 신약 개발, 생명공학 연구, 해양오염 연구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 필요한 시료 및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에 미국은 1950년대부터 해양시료저장소를 설치했으며, 일본 독일 영국 중국 등 주요 해양선진국에서도 여러 곳의 시료저장소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2012년부터 경남 거제에 위치한 KIOST 남해연구소에 해양시료도서관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퇴적물, 광물, 생물시료 등 다양한 시료들을 한자리에 보관·관리하고 있다. 약 16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시설은 2025년 현재 약 10만 점의 해양시료를 보관하고 있다.

KIOST 해양시료도서관은 다양한 시료를 특수 저장고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첨단 비파괴 분석 장비를 갖춘 연구 시설도 함께 운영 중이다. 연구자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시료를 대여받거나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연구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해양시료도서관에는 해저 퇴적물 시료 약 3만5000점, 암석 및 광물 시료 약 1만2000점, 생물 시료 약 4만8000점 등 방대한 시료와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이 어려운 물질의 미세영역을 고분해 고배율로 확대해 표면구조 및 형태를 확인 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SEM), 고해상도로 퇴적물 내 자성 물질의 상대적 함량과 지화학 성분들을 측정하는 대자율 코어 스캐너와 형광 X-선 코어 스캐너, 다양한 생물군의 관찰과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배양을 통해 나타나는 대상 생물군의 변화를 동영상으로 확보하는 광학현미경 등 첨단 분석장비도 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대한 해양 시료 데이터베이스와 첨단 분석장비는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며, 해양연구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해양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해양시료도서관의 역할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해양시료도서관의 해양시료 데이터는 해양시료통합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디지털화해, 연구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시료 정보를 손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양 연구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필수적이며, 국제해양탐사프로그램(IODP)등과 협력해 해양탐사 및 시료분석을 더욱 체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KIOST 해양시료도서관은 국제해양시료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연구자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양시료도서관은 단순히 시료를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연구자들에게 필수적인 자원을 제공하고, 해양과학 연구를 촉진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자동화 기술 도입, 첨단 분석 기법 적용, 국제협력 확대 등을 통해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의 과거를 담아 미래를 여는 해양시료도서관. 지구온난화, 해양자원 개발, 생태계 변화 등 다양한 연구과제 수행을 통해 해양 연구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해양과학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