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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탄핵심판 선고 이후가 더 두렵다

차일피일 늦어지는 헌재 판단…결론 무엇이든 승복않을 기세

상대방 향한 유례없는 적대감…비극적 결말없게 이성 찾아야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5-03-24 19:05:3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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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변론 종결 이후 한달째 평의를 이어가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경찰의 근접 경호 없이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재판관 개개인을 향한 인신공격과 위협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자 헌재는 점점 요새화 되어 간다. 정문과 인접 도로를 경찰 버스와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에워싸고 담장에는 철조망까지 둘러 놓았다. 선고 당일 헌재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시위대는 수십만 명이다. 지하철역 폐쇄, 주변 건물 옥상 출입금지, 노점상 이동, 휴교 등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지만 조마조마하다.

성조기를 들고 “윤석열 수호”를 외치는 지지자 입장에선 탄핵은 마땅히 기각 혹은 각하되어야 한다. 야당의 폭주를 국민에게 알리는 방법은 비상계엄이라는 극약처방 밖에 없었다는 윤 대통령의 강변은 그들에겐 당위론이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만이 행사하는 고도의 통치행위이지 사법심판 영역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에까지 탄핵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이야말로 국헌 문란 세력이다. 일부 헌재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도 의심스럽기 그지 없다. 특히 탄핵 핵심 사유였던 내란죄 제외, 초시계 증인 심문,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검찰조서 증거 채택은 말도 안 된다. 탄핵 요건에 부합하지 않고 절차도 어겼으니 결론은 정해져 있다.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되는 날 서울구치소 앞에는 수많은 환영 인파가 모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윤 대통령은 개선장군이 따로 없었다. 선고일이 가까워지자 곳곳에서 탄핵 반대 단식 농성이 벌어지고 분신도 잇따른다. 도심 주요 광장에 집결한 수십만 반탄 세력이 탄핵 인용이라는 결론을 순순히 수용하리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난입해 “판사 나오라”며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린 사람들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 기각으로 반탁 진영의 기세는 더욱 등등해졌다. 국회의원에게 날계란이나 던지고 다리를 걷어차는 수준에 그치기를 기대한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반면, 광장 반대편에서 “내란 수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이들에게 탄핵 기각이나 각하는 가정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국정운영에 비협조적인 야당이 밉다고 한밤 비상계엄을 발동해 전국민을 혼란에 몰아넣고 국격을 땅에 떨어뜨린 대통령이 탄핵감이 아니면 무엇이냐는 것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 계엄군을 진입시키고 선거관리위원회 서버까지 뒤진 행위는 친위쿠데타와 다름 없다. 단 3시간 만에 나라의 정치 수준을 수십년 전으로 후퇴시킨 내란 수괴의 복귀는 그들에게 처음부터 없는 시나리오다. 단지 최순실(개명후 최서원)이라는 비선을 끼고 있었다는 이유로 대통령직을 박탈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하면 윤 대통령의 죄악은 천만배 무겁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며칠 전부터 공개 석상에서 방탄 조끼를 입고 다닌다. 암살 제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사람이 최상목 전 권한대행에게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고 “몸조심하라” 협박했다. 테러를 걱정하는 야당 대표가 국가 수반 대행에게 똑같은 위협을 가한다는 자체가 임계점에 달한 우리나라 정치 위기를 상징한다. 26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 결과가 무엇이든 이 대표의 태도와 목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헌재 기각 혹은 각하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업무 수행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국회 다수 권력을 더 강하게 마구잡이로 휘두를 게 분명하다. 완전한 국정 마비와 대혼란이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어찌되든) 나라가 조각날 것”이라는 우려는 “누군가가 나라를 조각낼 것”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민주화 상징인 ‘87체제’ 산물이다. 헌재에 공직자 탄핵심판권을 줬을 때 그런 일이 이렇게 자주 벌어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마도 당시엔 많지 않았으리라. 가물에 콩 나듯 하던 탄핵의 방아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보수세력이 당겼고, 이후엔 진보세력에게 ‘전가의 보도’가 됐다. 양측 모두 입으로는 승복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발언 어디서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증오의 언어를 거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제일 큰 비극은 일제 강점기 36년이 아니라 동족이 서로 총을 겨눴던 6·25 전쟁이다. 지금은 총만 없을 뿐 더 강한 적대감이 상대를 겨누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헌재는 국민이 동의한 법과 제도 안에서 만들어진 최고 권위의 사법기관이다. 여기서 한번 내린 결론은 누구도 바꿀 수 없고 의심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쪽도 저쪽도 끝까지 가보자는 태세다. 그 끝이 두렵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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