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인간이 섭취해야 할 영양소를 고루 갖춘 완전식품이다.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식재료가 된 지 오래됐다. 거의 매일 먹다보니 조금만 비싸져도 바로 알 수 있어 계란값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빵 파스타 등 계란이 들어가는 다른 식료품 가격도 따라 오른다. 물가당국이 계란 값이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조바심 내는 이유다. 에그플레이션(eggflation·계란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올 들어 미국에선 계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홀푸드 코스트코 등 마트에 이른 아침부터 계란을 사러 고객이 몰린다. 대형마트에선 1인당 계란 1판(12개)으로 구매량을 제한한다. 계란 12개(A등급·대형) 가격은 지난달 평균 5.89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전월(4.95달러)보다 18.9%, 1년 전(2.99달러)보다 두 배가량 오른 것이다. 계란값 폭등에 식당 냉장고에 있던 계란 수십 개가 사라지거나 식료품업체 트레일러에 실린 계란 10만 개가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뒷마당에 닭을 직접 키우거나 암탉을 빌려주는 대여 서비스도 인기다.
닭고기 주요 수출국인 미국은 조류독감 백신 접종에 소극적이다. 백신을 맞은 가금류 제품 수입을 꺼리는 국가가 많아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육계 사육업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을 살처분하는 것이 백신접종보다 경제적이라고 판단한다. 조류독감 유행으로 2022년 이후 1억5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알 낳을 닭이 부족해진 건 당연한 일이다.
달걀 가격 폭등은 좀처럼 물가를 잡지 못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관세 전쟁으로 향후 소비자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달걀 가격 안정을 위해 2조1800억 원 규모의 대책을 내놨다. 유럽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까지 계란 수출을 긴급 요청하고 있다. 세계를 호령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란값 상승에는 쩔쩔매는 모양새다.
다급해진 미국이 한국에 더 많은 계란 수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국내 계란값이 최근 한 달 새 10% 넘게 상승했다. 특란 30개 평균 도매가가 지난 21일 기준 5193원으로 한 달 전(4660원)보다 11.4% 올랐다. 개학으로 급식 수요와 함께 미국 수출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계란 수급 관리 실패가 물가 상승의 도화선이 될까 걱정스럽다. 우리 정부도 식품 물가 관리에 고삐를 죄어야 할 때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