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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업자가 입찰조건 주무를 때 부산항만공사 뭐했나

평가위원 선정·생숙 변경 제멋대로

부산 미래동력 주거시설 변질 단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5-03-25 19:05:2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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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 1단계 재개발 특혜 의혹의 내막이 자세히 공개됐다.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부동산 개발업자의 공소장을 통해서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 업자와 부산항만공사(BPA) 임원의 결탁 수준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업자는 재개발 부지를 낙찰받기 위해 평가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개입했다. 자신이 점찍은 사람을 위원으로 넣는 방식이었다. 원래는 특급호텔을 짓겠다고 해놓고 이후 사업계획을 생활형숙박시설(생숙)로 무단 변경하는 작업도 서슴지 않았다. 로비를 받은 BPA 임원은 업자 요구에 맞는 평가위 구성을 위해 추첨을 조작하고, 공모지침서 자체를 그가 제시한 방식대로 만들기까지 했다. 이들이 부지 입찰 전 과정을 마음대로 주무른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지난해 5월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BPA는 물론 관리감독권이 있는 해양수산부조차 문제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산 동구 북항 1단계 재개발 부지 내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국제신문 DB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은 사업계획서 평가와 부지 매각은 BPA가 맡고 건축심의와 인허가는 지자체(부산시와 동구)가 맡는 이원화 구조다.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조직은 누가 뭐래도 BPA다. 평가위원회 구성이 특정인의 입맛에 따라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되는데도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았다는 건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호텔 86%’에서 ‘생숙 86%’로 바뀐 사업계획을 문제삼은 이조차 없었다. 부산시나 동구만 정신을 차렸어도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사업 변경을 눈치채고 여러 차례 BPA에 질의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BPA와 지자체는 지금도 사업변경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중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꿴 대가는 현실화하고 있다. 부산의 성장동력이라며 부산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북항재개발 사업이 상업이나 업무시설 대신 생숙과 오피스텔 건립으로 변질되어가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동구가 허가해 이미 들어섰거나 계획된 규모만 수천 세대다. 호텔을 짓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해놓고 생숙이나 오피스텔로 바꾸는 일이 이번에 문제가 된 특정 부지에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닐 것이다. 앞서 BPA는 1단계 랜드마크 부지에도 아파트를 넣으려고 실제 시도했었다. 이대로 두면 해운대처럼 북항 역시 난개발과 함께 바다 조망이라는 공공재의 사유화가 불가피하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BPA 임원 업자 브로커 등 3자 결탁은 일단 확인됐다. 그러나 여기서 끝낼 일이 아니다. BPA 내부에서 동조했거나 묵인한 사람이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인허가권을 쥔 부산시와 동구도 마찬가지다. 부산시만 해도 특정 블록의 생숙 건축허가를 전임 시장의 사퇴 발표일 퇴근 직전에 전격적으로 실행했다. 북항 재개발 사업은 1단계가 끝이 아니다. 2, 3단계가 남아 있다. 1단계에서 발생한 불법과 부조리가 일벌백계되지 않으면 앞으로 유사한 일은 얼마든지 또 벌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부산 시민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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