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극항로’를 두고 시급성과 중요성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일 부산을 찾아 동남권 발전을 위한 발판으로 북극항로 개척 의지를 강조하면서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이 약속한 북극항로에 관한 논의를 원했고, 박 시장은 글로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관건은 시급성과 중요성. 이 대표는 “해운의 특성이 선점 효과가 큰 영역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도 사실 늦을 수 있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글로벌도시특별법, 산업은행 이전을 언급하면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 가운데 중요한 문제에 속한다”며 반박했다. 이 대표는 “박 시장이 북극항로 문제가 시급하다기보다 중요한 문제에 가깝다고 하는데, 저는 이게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고 맞받았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인 글로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이 북극항로 문제보다는 시급하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산시가 북극항로 개척의 시급성과 중요성이 낮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시민이 바라는 핵심 사업을 북극항로 이슈로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부산시는 앞서 지난달 13일 ‘부산 북극항로 개척 TF’를 발족하고 ‘북극항로 허브도시 부산’을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제 발굴과 실행방안 모색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예산 2억 원을 투입해 오는 6월 ‘북극항로 거점항구 부산 조성 연구 용역’을 발주한다. 용역 기간은 1년으로 인접국가와 협력방안, 북극 물류 선점을 위한 전략 등의 연구를 진행한다. 북극항로 물류 선점과 쇄빙선 등 조선산업 활성화, 천연가스·희토류 등 자원개발, 선박·해양금융을 통한 금융 중심지 육성 등 연구용역을 통해 선제적 정책 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북극항로 개척은 부산의 주요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부산이 강력하게 유치를 원하는 해사법원이 그중 하나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윤상현(인천동미추홀을) 의원이 해사법원 인천 신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인천이 해사법원 설립의 최적지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부산은 지난해 6월 여야 의원 양측이 이미 유치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19일 ㈔극지해양미래포럼이 개최한 ‘북극항로 기획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북극항로 논의가 본격화하면 다양한 연관산업 중 해사법원 이슈도 북극항로 기·종점인 부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바다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북극항로에 관한 전세계적인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극항로 개척은 해사법원 부산 유치, 산업은행 등 해양금융중심지 지정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관점과 맞물려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항로를 40% 이상 단축할 수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북극 해빙을 ‘북극의 눈물’이라고도 부르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새로운 기회’로 생각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북극항로를 두고 긴밀한 극지협력체계를 통해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미국과 노르딕 국가, 일본도 항로 개척에 열을 올린다.
1985년 11월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관측탐험대 대원으로 참가했던 ㈔극지해양미래포럼 이동화(65) 공동대표는 “40년 전 남극에 지은 세종기지로 한국은 영토와 자원개발 등 남극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북극항로도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준비해도 빠른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의 말처럼 북극항로 시대는 준비된 국가와 도시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부산의 미래를 책임질 북극항로가 정치권의 공방거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지역 정치권이 힘을 모아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부산시가 재검토를 시작한 부산 극지타운도 지역 정치권이 힘을 보태야 한다. 극지체험관, 극지박물관, 극지연구소가 들어설 극지타운은 북극항로 개척은 물론 극지시대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에게 극지의 꿈을 가지게 할 마중물이 될 것이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