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비판매지수가 5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동남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부산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가 96.0으로 지난해보다 10.8% 하락했다. 전월(122.4)과 비교하면 21.16%나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 25.6% 감소한 후 최대폭이다. 업종별로 보면 대형마트 판매지수 하락폭이 백화점보다 더 컸다. 대형마트는 전년 동월보다 17.9%, 전월 대비 34.3%나 줄었다. 음식료품 화장품 옷 신발 가방 등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품군은 경기 바로미터나 다름 없다. 이를 타개할 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노릇이다.

부산 연제구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전경. 국제신문DB

소비 급감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탄핵심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일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와 같은 달 14일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파면 여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국론은 내전이나 다름 없이 극도로 분열된 상태다. 여기에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어선 침몰 등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역시 국내 기업에 직격타를 날리면서 위축된 소비를 더 얼어붙게 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연이은 건설사 부도와 중소기업 회생 신청도 소비자가 장보기를 주저하게 했다.

위축된 소비를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날이 2일과 3일이다. 코 앞으로 다가왔다. 소비 심리 위축 영향으로 지난달 전국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2월 이후 매월 줄고 있고 최근 넉 달간 감소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당분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녁에 길거리를 나가 보면 불 꺼진 업소가 많고 켜졌더라도 손님 없는 가게가 태반이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국가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한국CDS프리미엄은 이달 들어 나흘 제외하고 오름세다. 이 수치가 오르면 그만큼 국가 리스크가 커진다는 의미다. 올해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은 이제 0%대 예측이 나온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이 규모와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며 부정적이어서 이마저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호흡기를 꽂아도 환자 생명 연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호흡기 크기와 성능을 두고 싸우는 꼴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소비자물가는 고삐가 풀린 채 급등하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40개 업체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래저래 서민만 죽을 맛이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을 서둘러 마련, 실행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