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불확실성 시대에 다시 생각하는 과학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  |   입력 : 2025-04-07 19:13:2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네이처 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과학자의 75%가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과 연방 과학 프로그램의 중단 등으로 연구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되는 정책 기조는 과학계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켰고, 이는 연구자들의 경력뿐만 아니라 미국 과학의 지속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이언스 지는 4월 1일자 기사에서 “만우절 농담이 아닌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불안정한 연구 환경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과학이야말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지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지속성이 흔들릴 때 사회는 판단의 기준을 잃고 흔들릴 수 있다.

기술 패권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과학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인공지능 바이오 반도체 에너지는 모두 과학의 발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과학을 ‘정답을 주는 학문’이라고 오해한다. 실험 결과 수치, 통계 모델이 언제나 즉시적이고 명확한 해답을 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것은 과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시각이다.

과학은 언제나 불확실성과 함께 출발한다. 관찰과 해석, 이론이라는 틀, 그리고 인간 지식의 한계 속에서 과학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아인슈타인은 “무언가를 관찰할 수 있는지는 우리가 사용하는 이론에 달려 있다. 무엇을 볼 수 있을지는 이론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즉, 과학은 명확한 결론을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여가며 더 나은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지적 탐구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언제나 겸손함과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학의 본질을 보여준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마리 퀴리다. 그녀는 1898년, 방사능을 띄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고, 그 업적으로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어 1911년에는 라듐과 폴로늄 발견으로 노벨 화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당시 초록빛을 내뿜는 라듐은 신비한 물질로 여겨졌다. 퀴리 역시 라듐을 몸에 지니고 다닐 정도로 애정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라듐이 병든 세포를 건강한 세포보다 빠르게 파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방사선을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퀴리는 이 모든 발견에 대해 상업적 특허를 등록하지 않았다. “과학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것”이라는 그녀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녀는 라듐과 폴로늄이 인류 공동의 자산이어야 한다고 믿었고, 지식과 기술을 모두를 위해 공개했다. 이후 라듐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야광시계 화장품 식품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라듐은 강력한 방사성 물질이었다. 당시에는 그 위험성이 밝혀지지 않아, ‘라듐 걸스’ 사건처럼 산업 현장에서 치명적인 피폭 피해가 발생했다. 마리 퀴리 자신도 재생불량성 빈혈로 사망했다. 이 사례는 과학이 즉각 완벽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예이지만, 동시에 과학이란 본래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탐구하는 과정임을 잘 보여준다.

퀴리의 연구는 이후 수많은 후속 연구자들에 의해 이어졌고, 그가 사망한 30여년 후인 1960년대부터 라듐 사용은 규제되기 시작했으며, 방사선 치료에는 보다 안전한 물질이 사용되도록 개선됐다. 이처럼 과학은 완전하지 않지만, 과거의 오류를 숨기지 않고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발전한다. 퀴리의 시대든 지금 이 시대든, 이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시대, 팬데믹 이후의 세계, 기후 위기와 기술 격변 등으로 표현되는 작금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과학은 어느 때보다도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과학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과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5. 5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6. 6[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7. 7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8. 8“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3. 3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8. 8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9. 9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10. 10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3. 3"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4. 4“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5. 5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6. 6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7. 7‘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8. 8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 86, 전분기 대비 6P 상승
  9. 9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10. 10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4. 4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5. 5“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6. 6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7. 7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8. 8‘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9. 9중국 최고지도자 상호 중식당 테러…용의자 모두 중국인
  10. 10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 1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2. 2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3. 3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4. 4[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5. 5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6. 6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7. 7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8. 8[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9. 9[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10. 10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