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기획재정부는 흔히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린다.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며 각종 대책·방안을 수립한다. 제도 신설·개선 등의 키도 쥐고 있다. 그만큼 기재부에서 나오는 정책의 무게감이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굵직한 대책이 발표되는 시기가 있다. 매년 6월에는 그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나온다. 7월에는 당해 연도 세법개정안이 제시되고 8월에는 다음 연도 예산안이 마련된다. 12월에는 다음해 연간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된다.
자료의 제목이 주는 중압감 만큼이나 안에 담기는 내용도 방대하다. 주목할 대목은 매년 핵심이 되는, 혹은 뼈대를 이루는 내용이 꼭 있다는 점이다. 이들 대책을 국민에게 내놓기 전 정부 주관으로 열리는 사전 브리핑에서는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기자들의 질의가 집중된다.
현 정부 출범 첫해였던 2022년 7월 기재부가 ‘2022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당시 핵심 내용은 ‘법인세 감면’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25%로 상향된 법인세 최고세율을 5년 만에 다시 22%로 낮추는 게 골자였다. 이전 정부의 증세 기조가 감세로 완전히 바뀌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집중된 질문은 ‘법인세를 감면하면 세수가 줄어들고 부자감세 비판이 나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느냐’였다. 추 부총리의 답변은 이랬다. “세수 감소라는 일회성 현상에 그치지 않고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로 당장 국세 수입은 줄어들지 몰라도 길게 보면 기업 경영이나 실적이 개선돼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참고로 당시 정부가 발표했던 법인세율 인하 폭(0.3%포인트)은 야당의 반대로 그해 말 0.1%포인트로 축소됐다.
1년이 흐른 2023년 7월 세법개정안에서도 정부의 감세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당시에는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와 가업승계 세부담 완화가 주요 화두였다. 이를 놓고 ‘과연 결혼하면서 부모로부터 수십억 원을 지원받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2024년 7월 세법개정안에서는 상속세 완화가 핵심 내용이었다.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것은 단순히 부자감세가 아니다”며 “경기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추 부총리에 이어 최 부총리 역시 정책 추진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기대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공수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은 결과적으로 ‘허언’이 됐다. 지난해 정부가 걷은 법인세수(62조5000억 원)는 전년보다 17조9000억 원(22.3%)이나 급감했다. 정부 스스로 ‘기업실적 악화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2022년 2.7%에서 2023년 1.4%로 떨어졌다. 2024년에는 2.0%로 반등했지만 정부 전망치(2.2%)에는 못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066%(한국은행 잠정 집계)밖에 되지 않았다. 예상보다 강력한 미국의 관세 정책과 지난해 말 이후 지속되는 정치 불안 등 예측하지 못한 대내외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기는 했으나 정부가 낙수효과를 자신있게 기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초라한 성적이다.
반면 조세부담률(국민 경제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 추락은 부자감세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7.7%로 2016년(17.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행한 것은 또 있다. 윤석열 정부 단명과 맞물려 어느 누구도 현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현 정부 3년간 각종 부자감세에 따른 세입 기반 붕괴와 경기 활성화 실패는 앞으로 펼쳐질 대한민국 역사에서 어쩌면 두고두고 언급될 ‘정책 폐해의 대명사’가 될 수도 있다.
이석주 세종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