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노키즈존과 키즈존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4-13 18:48:5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해운대에 있는 ‘소공간’은 부산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요리로 국내외 미식가들에게 잘 알려진 레스토랑이다. 덕분에 소공간은 2024년 부산의 첫 미쉐린 레스토랑 발표 이후 2년 연속으로 미쉐린가이드 추천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어찌 보면 당연한데 곰곰이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유아용 식탁 의자. 음식점에 유아를 배려한 식탁이 있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소공간은 한 끼 식사비가 10만 원이 넘고 식사 시간만 최소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이른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직업상 세계 여러 도시의 고급 레스토랑을 다녀 본 나도 이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소공간 박기섭 셰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유아용 의자가 비치된 소공간 레스토랑.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유아용 의자를 비치한 이유가 뭔가?” “식사는 일종의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 경험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익혀야 태도가 된다. 그래서 우리 레스토랑은 ‘노키즈존(No kids zone)’ 대신 ‘키즈존’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방침일 것 같다” “맞다. 열 분의 고객 가운데 네 분 정도가 불만을 토로한다. 우선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유아 동반 고객의 좌석은 최대한 떨어트려서 배치한다.”

너무 당연한데 너무 낯선 사례라 인상적이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2013년을 전후해 음식점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에서 유아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을 운영한 제주도의 한 음식점에 대해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근거로 노키즈존 영업 중단을 권고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오히려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키즈존 음식점은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노키즈존은 우리나라만의 사회현상은 아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차일드밴(Child ban)’ 제도를 시행했고, 유럽의 몇몇 항공사들은 성인이 어린이 승객과 떨어진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일부 박물관과 도서관의 경우 출입객의 최소 연령을 제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최소한으로 허용되며 그마저도 사회적 논쟁이 활발한 이슈다. 문제는 노키즈존의 출발지가 한국이며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3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식당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차별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노키즈존 문제를 다뤘다. 이 기사에서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건 육아의 어려움을 더 강조하고 출산율을 더욱 낮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점의 노키즈존 운영은 법이나 제도로 규정할 수 없는 문제다. 음식점에서 식사 예절은 공공질서의 영역이며 이는 지극히 당연한 ‘사회적 합의(common sense)’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이 노키즈존이다. 그렇다고 포용과 공존 대신 배제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 쉬운 선택이다. 그래서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키즈존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소공간의 선택이 돋보인다. ‘식사는 경험이며, 그 경험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익혀야 태도가 된다’는 박기섭 셰프의 철학이 더 많은 레스토랑과 공유되길 희망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4. 4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5. 5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6. 6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9. 9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AG
상표권 알박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중수청·공소청 혼란 땐 수정 보완 주저 말아야
북 미사일 위협 속 ‘빈총 경계’ 안보 불안 키워선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