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6·3대통령선거 차출설이 확산하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당장 한 대행이 현 상황에서 출마하는 게 합당한가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이 어느 땐가. 대통령이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파면된 상태다. 50일 후면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 대선 공정 관리와 국가 위기 대처 책무가 한 대행에게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해외파병 중인 청해부대 44진 부대장 권용구 해군 대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국민의힘 의원과 당협위원장 상당수가 13일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낼 계획이었으나 당 지도부의 자제 요청으로 취소했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시대 요구를 외면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출마를 촉구했다. 한 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려면 15일까지 후보로 등록해야 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법도 있다. 국민의힘을 잘 아는 인사들은 후자에 무게를 둔다. 누군가 배후에서 이런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정치권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당 중심은 한 대행에 마음이 가 있는 듯하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한 대행은 서민경제 외교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집중해도 버거운 형편이다. 대선의 공정 관리가 주어진 소명이다”고 한 안철수 의원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에 한 대행 출마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는 불출마 기자회견장에서 한 대행을 높이 평가했다. 국민의힘에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출마 의사가 있는 후보가 15명이 넘었는데 한 대행 차출론이 고개를 들면서 후보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최근 “한 대행이 출마하면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민국은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약간의 리스크는 있을 수 있지만 큰 혼란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련의 일들이 한 대행 출마와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힘은 왜 자꾸 외부에서 후보를 찾는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입당시켜 극적으로 승리했지만 결국 파국을 맞았다. 이번에도 그러면 스스로 자생력이 없는 정당임을 입증하는 셈이다. 한때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체 후보를 내 지지를 호소하는 게 도리다. 한 대행이 본선에 나간다고 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한 대행의 처신이 문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출마할지 물었을 때 “고민 중이다”고 대답했다.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그런 일이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 차출설이 나와도 공직자로서 이를 거절해야 마땅하다. 애매한 언행이 혼란을 자초했다. 한 대행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날 분명한 불출마 의사를 밝혀 논란을 끝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