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 구간 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13일 오전 4시 57분께 사상구 학장동 동서고가도로 바로 아래에 가로 5ｍ 세로 3ｍ 깊이 4~5ｍ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이날 사고에선 조짐을 미리 알아챈 경찰과 구청 관계자가 선제적으로 현장을 통제하는 바람에 차량 추락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틀 전 경기 광명의 신안산선 공사장에서 지하터널 붕괴로 인부 한 명이 실종되고 주민 수천 명이 대피한 사고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그러나 최근 1~2년새 사상~하단 도시철도 공사장에서 발생한 싱크홀이 무려 10번 이상이다. 주민 불안이 이만저만 아니다.

13일 오전 4시 57분께 부산 사상구 학장동 도시철도 사상~하단 구간 공사 현장에서 대형 싱크홀이 또 발생해 관계자들이 주변을 통제해놓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이번에 땅이 꺼진 지점은 지난해 1년간 최소 8번 싱크홀이 집중적으로 생긴 지대에 속한다. 무엇보다 동서고가도로 교각과 매우 가까워 구멍이 조금만 더 컸거나 위치가 살짝 달랐어도 또 다른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싱크홀이 분명 도시철도 공사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면서도 정확한 원인 파악과 뚜렷한 예방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난해 9월 트럭 두 대가 빠지는 대형 싱크홀 이후 부산시는 특별조사까지 실시했지만 폭우와 차수 공법 부실 등이 원인으로 꼽혔을 뿐이다. 이번엔 그때처럼 큰 비가 오지도 않았다.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이어지면 공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도시일수록 도시 미관을 고려해 지상으로 고가도로를 올리거나 도시철도를 다니게 하지 않는 추세다. 그만큼 땅 밑으로 도로나 철로를 뚫는 게 일반화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부선 부산 구간은 지하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하에 도로를 내는 작업도 부산에서는 꽤 활발하다. 대표적인 게 내년 1월 개통을 앞둔 만덕~센텀 대심도다. 해운대~사상 구간에도 대심도가 예정되어 있다. 가덕도신공항 개항과 함께 공항과 도심을 연결할 BuTX(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 역시 지하로 계획되어 있다. 국비 확보 성공으로 곧 공사가 시작될 도시철도 하단~녹산 구간은 연약 지반, 하천수 유입 우려 등 여러 현장 여건이 사상~하단 구간과 닮아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다.

우선은 사상~하단 구간의 공법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원점에서 재점검이 필요하다. 지난 2월 부산시 원인조사 결과를 보면 차수 공법이나 차수벽 부실 문제가 일부 지적됐다. 물론 같은 현장이라도 싱크홀 각각의 원인은 다를 수 있다. 상수관 파손, 지하수나 빗물 유입, 폭우 같은 자연재해, 연약 지반 등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모든 위험이나 한계를 감안하고 시작한 공사인만큼 시공사가 충분히 대비했다면 사고가 이렇게까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일대엔 16개사가 시공을 맡고 있다. 이들은 불과 사흘 전에 안전결의대회를 열었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다시 한번 총체적으로 점검해 재발 방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