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프로파간다

윤정현 부산가톨릭대 대학원 신학과 학과장

  • 윤정현 부산가톨릭대 대학원 신학과 학과장
  •  |   입력 : 2025-04-15 18:47:5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그리스도교 용어가 세상의 용어로 바뀌는 경우가 발견된다. 라틴어 propago는 ‘번식하다’ ‘보급하다’ ‘확장하다’ ‘영속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이 단어가 ‘~ 해야만 한다’라는 동형사(gerundivo) 형태를 띄면, propaganda라는 단어가 된다. 이 단어는 ‘선전’ ‘확산’이라는 뜻을 지닌다. 16세기 이후 ‘신앙의 확산’(propaganda fidei)이라는 교회의 선교를 지시한 이 용어가 오늘날에는 정치와 이념의 ‘선전’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용어인 심판(judgment)은 다시 반복되거나 그 결정을 거스르거나 무효화할 수 없는 고유한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유권자의 투표로 심판하여 주십시오’라는 선전 문구도 그러하다. 선거(election)와 투표(vote)는 유권자의 선택(choice)일 뿐이지, 심판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선거와 투표는 반복되고 또 유권자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도 있으며, 때로는 절차에 의해 선거의 결과를 무효화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서 심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유권자의 심판이 아닌 선택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회나 정치의 영역에서 왜 이렇게 과도하고도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할까?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는 대화의 두 당사자 중 하나를 제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 결국 선거의 승패에 따라 유권자 자신도 승리하거나 심판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극단을 바탕으로 유권자 서로가, 또 사회 공동체 전체가 심판하려 하고 또 선거 결과에 따른 형벌을 부과한다. 선거에서 후보자는 선택받지 못하도록 악마화되어야 하며 또 그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도 이미 심판을 받은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와 같은 신념을 지닐 수밖에 없는 유권자는 신념의 극대화를 조장하는 정치의 프로파간다에 물들어간다. 사실, 선거철에 유권자는 후보자를 심판하는 신의 영역으로 드높여지지만, 선거가 끝나면 심판을 이겨낸 권력이 위임된 선택된 이들만이 신의 영역으로 드높여진다. 따라서 선거에서 선택된 이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력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어쩌면 인간은 문명과 야만의 회로에서 순환하는지도 모른다.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정치적 심판에서 파생되는 형벌과 처벌로써 개인이나 공동체는 서로가 서로를 위협하는 적이 된다. 홉스는 이를 두고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Homo homini lupus)”라고 집약한다. 근대의 철 지난 정치 공학이 한참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 되돌아왔다.

유쾌하지 않으며 또 자극적인 정치적 현수막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 정보 홍수 시대에 정치적 현수막에서 드러내는 한 두 줄 구호나 문장은 시각적 소음과 같다. 이러한 선전은 자신과 공동체 이익을 위해 바뀔 수 있는 선택을 신념화하고 또 법의 판단 없이도 정치적 상대방과 그 유권자들을 인정적으로 낙인찍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는 생물(生物)인 정치를 신념으로 화석화한다. 우리 시대 체제가 다수의 동의를 바탕으로 지탱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선택이 고정됨이 아니라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것이고, 결국 주권자는 선거에서 선택을 받아 위임된 권력을 누리는 이들이 아니라 유권자라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선거가 후보자들에게는 데스 매치(death match)로 인식될 만큼 절박한 것이지만, 유권자들에는 여러 선택이 가능한 축제일 뿐이다. 유권자는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과 낙선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것은 정치 기술자들일 뿐이다.

선거가 심판인가? 투표의 결과로 낙선된 후보자는 다시는 정치적으로 재기하지 못하는가? 혹은 투표 결과로 낙선된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낙선된 후보자와 함께 정치적으로 심판 받아야 하는가? 선거는 유권자의 선택일 뿐이다. 선거와 심판을 연결하려는 이러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는 우리 사회에서 지양되어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3. 3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6. 6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7. 7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8. 8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9. 9[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10. 10[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장동혁 “박근혜, ‘인재들로 총선 이기고 정권 탈환’ 당부”
  5. 5[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6. 6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7. 7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8. 8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9. 9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10. 10“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7. 7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8. 8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9. 9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10. 10국산 비만약 에페 공급가, 마운자로보다 40% 저렴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4. 4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5. 5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한 손 뉴스] 마르는 회야강에 낙동강 물 공급 검토…양산시 타당성 조사 착수
  9. 9밤부터 비 그치고 월요일 오전 맑아져…평년 기온 보일 듯
  10. 10[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3. 3‘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4. 4“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5. 5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6. 6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7. 7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8. 8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9. 9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10. 10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